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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Sep 02. 2021

지속성에서 오는 일관성에 대하여

Sir Paul McCartney

폴 매카트니는 1942년 생이니 현재 시점에서 한국식 나이로는 80세가 되었습니다. 60년 동안 현역에서 활동하면서 아직도 감각이 떨어지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일입니다.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폴 메카트니를 좋아했습니다. 놀라운 멜로디 창작 능력에 기반한 그의 팝 넘버는 쉽사리 거부할 수 없습니다. 비틀스 시절의 넘버인 [Black bird], [Fool on the hill], [Penny Lane] 등은 물론 밴드 The Wings를 통한 [Silly love songs] 그리고 솔로로 내놓았던 [Comin' up] 등의 감각적이고도 정돈된 팝 넘버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이른바 록 원리주의자의 논리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러한 폴 매카트니의 넘버를 "silly"하다고 생각하는 평론가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팝은 저급한 장르입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구분하는 시각에는 사실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적어도, 퀄리티에 대한 평가와 고급과 저급이 구분이 장르로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폴 매카트니에 대한 저평가는 그가 비틀스의 해체의 주범이라는 (아직도 불분명한) 생각과 존 레넌과 이른바 록 스피릿의 연합에서 오는 대비적인 스테레오 타이핑에 주로 기인합니다. 록의 팝에 대한 상대적인 하향 평가는 흔합니다. 록은 종종 멜로디를 경시합니다. 싱글 위주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인식의 오류도 있습니다. 폴 메카트니의 긍정성과 발랄한 쇼맨십이 이러한 성향을 부추긴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평가와는 다르게 사실 폴 메카트니는 로큰롤의 신봉자입니다. 비틀스의 초기 로큰롤 넘버들이 그의 기본 취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의 멜로디 craftmanship과 상업적 성공에 대한 관심이 그 차원을 가렸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초 그의 초기 솔로 앨범들은 전형적인 로우 파이(lo-fi)의 접근이었습니다. 대개 실험적인 로우 파이의 접근은 팝의 특징이 아닐 것입니다.  


물리적인 미디어가 시장을 주도했던 20세기에 싱글과 앨범의 프로모션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정도의 trade-off가 있었습니다. 팝 취향의 싱글이 두드러지는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은 일반적으로 낮게 나타납니다. 비틀스 이후 폴 매카트니의 앨범 판매량은 그리 크게 인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히트였던 1983년작 [Band on the Run] 앨범은 미국에서 트리플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1983년작 [Pipes of Peace] 은 마지막 플래티넘 앨범이 됩니다.


1980년대 말 싱글 차트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상실한 이후 1990년대 중반경 폴 매카트니는 특히 [The Beatles Anthology] 프로젝트에 고무된 결과로써 그의 originality를 회복하게 됩니다. 1990년대 말부터 폴 메카트니는 앨범 위주의 록 음악, 즉 초기 비틀스의 음악으로 회귀합니다. 1997년 앨범 [Flaming Pie], 2001년 앨범 [Driving Rain], 그리고 2005년 앨범 [Chaos and Creation in the Backyard]는 이러한 새로운 방향성을 확증합니다.


그는 그 이후의 시기에 새로운 흐름으로부터의 혁신에도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프로듀서 Youth와의 실험적 듀오 The Fireman을 통한 세 개의 앨범은 물론이요, Radiohead와 일했던 Nigel Godrich와 2005년 앨범 [Chaos and Creation in the Backyard]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Adele, Beck, Kelly Clarkson, Sia 등의 프로듀서로서 근년에 가장 핫한 Greg Kurstin과 2018년작 [Egypt Station] 그리고 Dominic Fike, Beck, Anderson .Paak, Damon Albarn, St. Vincent 등 온갖 핫한 아티스트와 함께 일한 최근의 리믹스 앨범 [McCartney III Imagined]도 같은 사례가 됩니다.


묘하게도 그의 상업적 성과가 떨어질수록 그의 음악적 평판은 조금씩 높아집니다. 실지로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노련함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상업과 예술 사이에 역상관이 있다는 인식상의 오류가 어느 정도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폴 매카트니의 위대함은 커리어 전체에 걸친 일관성에 있습니다. 50년에 이르는 비틀스 해체 이후의 디스코그래피에는 18개의 솔로 앨범, The Wings와의 7개의 정규 앨범, The Fireman으로서의 3개의 앨범, 그밖에 15장에 이르는 비정규 앨범들이 포함됩니다. 이 정도의 여정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와 다른 챕터가 있기 마련입니다. 음악이라는 공통점 외에 장르에 대한 충성도를 잣대로 들이댄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심히 불공평한 것이 되게 마련입니다.


시간은 많은 것의 치료제가 됩니다. 긴 세월 안에서는 모순적인 일도 논리적으로 이해되는 일이 됩니다. 단기 그래프의 정신없는 등락은 장기 그래프 에서 완만한 곡선이 됩니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면 모든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지나가며 잊힐 것이며 오래 지속하게 되는 핵심만이 사라지지 않고 남겨됩니다. 폴 매카트니에게 있어서 그 핵심은 역사상 최고의 song craftmanship이었습니다.



*Title Image: The album cover of [McCartney III Imagined]


Paul McCartnery in The Late Late Show, Carpool Karaoke (2018)

Listen to the legendary "Penny Lane" kara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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