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케이스
1983년 1월이었다고 기억합니다. R&B 계열의 음악에 맛을 들이고 있던 사춘기의 필자는 이후의 음악 취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LP 두 장을 구입하게 됩니다. 하나는 Prince의 [1999]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였습니다. 프린스의 경우는 그 시대를 앞선 펑키 사운드에 이미 반한 상태였으나 Thriller 앨범은 마이클 잭슨이라기보다는 첫 번째 싱글 [The girl is mine]의 협업자였던 폴 매카트니에 대한 당시 높았던 충성도로 인해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싱글 [Billie Jean]이 발매되기 바로 전의 시점이었지요.
새로 산 LP를 대하는 필자의 루틴은 첫 번째 트랙을 들은 후 이미 발매된 싱글 넘버를 들으며 LP에 포함된 속지의 앨범 소개 내용을 숙독하는 것이었습니다. 평론가의 추천곡이 있다면 한 두 곡 더 듣기도 하지요. 앨범에 대한 '완전한' 감상은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계발되는 것이었지요. Thriller는 경우가 달랐습니다. 첫 곡인 [Wanna be startin' something]을 듣자마자 신선하고도 강렬한 R&B의 비트와 멜로디에 호기심이 폭발했지요. 2번 트랙은 조금 진부한 R&B였지만 첫 싱글을 포함한 Side A를 다 듣게 됩니다. 타이틀 트랙인 [Thriller]는 에픽 넘버였습니다. "뭐, 견고한 히트 앨범이네." 하며 Side B로 판을 돌려 트는 순간 필자는 자세를 고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가올 트렌드를 정의할만한 첨단의 사운드가 매력적인 멜로디를 얹고 차례차례 (Billie Jean, Beat It, Human Nature 그리고 P.Y.T.) 귀에 꽂힐 때 이전의 생각은 바로 최고 상한가로 바뀝니다. 전작 [Off the Wall]의 성공적인 후속작이란 Side A의 판단은 Side B에서 "필연적인 다이아몬드 앨범!"으로 교체됩니다.
소니/콜럼비아 레코드는 Invincible 앨범 제작을 위해 마이애미에 있는 Hit Factory를 통째로 빌립니다. 6개의 스튜디오가 있는 이 공간에 대한 렌트 비용은 매일 5천 불이었습니다. 토미 모톨라와 그의 세 번째 부인 Thalia가 어느 날 이 컴플렉스를 함께 방문했을 때 6개의 모든 스튜디오는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헤매다 마이클 잭슨을 찾은 곳은 건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녹음 시설이 구비되어있는 트레일러였습니다. 마이클은 그 차 안에서 모든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건물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말이지요. 이곳에서 얘기 끝에 마이클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아버지에 의한 심리적 학대에 대한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아 부인인 탈리아를 눈물짓게 만들었답니다. 일 년도 안되어서 마이클은 토미를 악마라고 부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