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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Dec 19. 2020

혼자 '잘'사는 삶에 로망이 있는 이유

1인가구였는데 하우스메이트가 생겼다

친구와 같이 산지 3주가 다되어간다. 친구가 이사들어오기전까지 난 혼자 살았다. 룸메이트도 없이 방 하나를 온전히 쓰며 본격적으로 혼자살기 시작한건 작년부터인데, 2년 남짓 되는 짧다면 짧은 기간임에도 매 시기마다 느끼는 바가 달랐다. 1년차 까지만해도 크게 외롭거나 무서움을 느끼진 못했는데 2년차에 들어서면서 부터 그런 감정들이 심해졌다. 어느정도로 심했냐면 지방에서 올라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타지에서 혼자 이렇게 외로이 살아야하나 대단한 회의가 올 정도 였다. 학교때문에, 직장때문에 언제나 서울에 사는건 고민할 여지없는 영순위 선택지였는데 이 마인드셋에 처음으로, 그것도 아주 대단한 규모의 지각변동이 온것이다. 당시 심신이 온전치 못한것이 단연 한몫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상황에 내 안위말고는 무엇하나 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엄마 옆에가서 푹 쉬며 회복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때부터 누구랑 같이 살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며 친구와 함께 투룸에서 생활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허나 그 또한 쉽지않았다. 대출을 받아 전세를 얻어 이사를 가야하는 일에 생각보다 빠릿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여건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일년이 지났다. 참 신기하게도 이에 또 적응하게 되버렸다. 잠이 들때 어두운게 무서워 불을 끄지 못하고, 소리를 머리맡에 틀어두고 잠들어야하는 밤이 부지기수였다. 회사에 가지 않는 주말 이틀이 너무 공허해 약속을 주말에 한번, 주중에 두세번  잡던게 일상이던 나였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쏟아지는 한밤 한밤, 한주 한주에 익숙해지고 만것이다. 9-6 근무를 아득하게만 여기던 내가 월-금이 쏜살같이 간다고 느끼게된 바로 그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혼자 있어도 행복할 만큼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까지 갖게 되었다. 그래야 누굴 만나서 같이 살게되든, 혹은 다시 혼자살게 되든 난 계속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방점은 강함에 있다. 무얼 안해도, 도움없이도 평온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길 갈망했다. 무언가에 좌지우지 되는 조건부 행복의 불완전함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 까닭일 수도 있겠다. 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행복감을 주지만 동시에  아픔을 주기도 하니까 그로부터 떳떳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무슨 바람이 들어 미뤄왔던 전세이사를 마쳐냈고 마침 또 마음이 잘맞고 생활습관이 모나지않은 친구와 거짓말처럼 여건이 허락해 잠깐이지만 같이 살기로 했다.




어제는 누가 내게 물었다. 하우스메이트가 생긴 소감이 어떠냐고. 혼자 잘 사는 삶에 로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참 좋다'고 답했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아무리 단물이 빠지지 않은 시기라 할지라도 함께하는게 좋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있는 것, 저녁을 고민하고 함께 해먹을 누군가가 있는 것, 밤산책을 하며 소소한 일상과 단상을 주고받을 누군가가 있는 것. 사소하지만 잔잔한 행복감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끝까지(단물기(期)가 끝나도) 외면하긴 힘들 것 같다.




그래 혼자 잘 살 수 있을만큼 강하면 좋긴한데, 그렇다고 꼭 혼자 살아야되는건 아니잖아. 사소한 일상을 공유할 만큼 긴밀하면서도 단물만 맛볼 수 있도록 느슨한 관계면 영원이란 것을 꿈꿔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영원의 전제는 일방적 희생의 부재와 호혜성이다. 내가 과연 결혼이라는 기성제도 울타리안에서, 특히 사회가 지향하는 나이대 안에 이를 이뤄낼 수 있을지 참 궁금하다. 남의 셈법에 쫓겨 나에게 좋을 것 없는 선택을 내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것 말고도 좋은 대안은 분명있으니까 바보같은 짓 하지 않기를, 그래서 반평생을 안고온 고민을 소용없게 만들어버리지 않기를.




왜 그런거 제일 싫잖아,  슈퍼가서 고민은 고민대로 머리아프게 하다가 시간에 쫓겨 결국 쌩뚱맞은 과자 골라버리는 거.




#비혼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밀란쿤데라 #영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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