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알려주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
[미리 읽으면 좋은 글]
Ep01. 논리적인 말은 뒷받침이 튼튼하다
논리적인 말의 필수 구성요소에는 결론. 근거 그리고 전제가 있다고 지난 에피소드에서 밝힌바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전제에 대한 감을 제대로 잡기 위해 여러 예시를 살펴보겠다. 전제라는 개념이 낯설다면 Ep.01를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1. 전제 예시
오늘 비가와서 쌀쌀하니까 국물있는 짬뽕을 먹을래.
점심메뉴를 고르는 중에 동료가 한 말이다. 논리적인 말이다. 전하고자 하는 명확한 결론(짬뽕 먹겠다)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비가와서 쌀쌀하다)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제는 무엇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에는 질문을 달리하도록 하겠다. 대체 ‘비가와서 쌀쌀한 것’과 ‘짬뽕을 먹는 것’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째서 비가온 것이 짬뽕을 먹는 것의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가능한 전제들]
-쌀쌀한 날씨에는 장기가 움츠러드는데, 이때 따뜻한 국물이 좋다더라.
-비오는 날은 중국음식 먹기 딱 좋은 날이다.
-쌀쌀할 땐 매워서 땀을 뻘뻘내는게 최고다.
전부 비가 온 쌀쌀한 날씨와 짬뽕의 속성을 이어주는 문장들이다. 즉 근거와 결론의 요소를 하나 뽑아내 이를 이어주었다. 이 역할을 전제가 한다. 보다시피 하나의 논리에는 여러 개의 전제가 도출될 수 있다. 이렇게 전제를 만들어보면 ‘구태여 이걸 설명해야한다고?’ 싶은 문장들이 등장할 수 있다. ‘아니, 쌀쌀할 때 국물있는거 먹는 것은 지구인 국룰아니야?’, ‘이걸 설명하는게 오히려 불필요한 말을 늘려서 요지를 강조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충분히 일리있는 생각이다. 원치 않은 과도한 정보(이하 TMI)를 주는 것 같아 화자도 청자도 민망할 수 있기에 전제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제라는 개념에 익숙해지기 위해 최대한 전제까지 생각하는 사고습관을 연습하도록 하겠다. 이는 전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꼭 언급되야하는 실전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극한 상황
나는 오늘 물을 10잔 이상 마실거야. 오늘은 내 생일이거든.
이 논리를 납득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생일인거랑 물 많이 마시는게 무슨 상관이야?’ 바로 전제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 집은 생일에 물을 많이 마시는 관습이 있어.’ 라는 추가적인 문장이 언급된다면 그제서야 납득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집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 집을 나가는 순간 매우 낯선 말임에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한다면 꼭 특수한 전제까지 함께 언급해주어야 한다.
불투명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불투명은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걸 아는 것은 신뢰를 가져올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신뢰할 뿐인 것이다.
*
*해석 : 불투명은 ‘보이지 않음’, 고로 ‘알 수 없음’의 의미로 해석된다.
정보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타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이 문단에서 결론이 첫 번째 문장, 근거는 두 번째 문장임은 명확하다. 그럼 전제는 무엇일까? 다시한번 물어보면,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 하는 것’과 ‘그래서 그게 우리사회 필요한 것’이 무슨 상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모든걸 아는 것은 신뢰를 가져올 수 없다’ 혹은 ‘모르니까 신뢰할 뿐인 것이다’라고 대답하면 전제의 덫에 걸려든 셈이다. 이 두문장은 결론과 근거를 잇는 전제가 아니라, 오직 근거에 대한 부연설명이다. 즉 ‘왜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 하는지’를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전제는 무엇일까?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머리가 띵해졌다고 낙담하지 말도록 하자. 글의 말미에 차근차근 다시 접근할 것이다. )
3. 전제찾는 법
짬뽕 예시처럼, 전제를 단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논증이 있는가 하면, 불투명 예시처럼 전제는 커녕 말 조차 이해가 안되는 논증이 있다. 하여 전제를 찾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려드리고자 한다.
(1) 생각하기
전제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논리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결론과 근거를 머릿속으로 되뇌이면서 결핍된 부분을 느낀다. ‘신뢰를 가능케하는 불투명이 우리사회에 필요하다라 .. 어떤 말이 있어야 논리적으로 완벽할까?’ 수양을 하듯 느껴보는 것이다. 이 말이 와닿지 않는다면 조금 더 실질적인 방법으로 논증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 있다
.’불투명은 무엇이지?’, ‘어떻게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지?’, ‘만약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하게 해준다면, 그것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하지?’,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하는 것(근거)과 그것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결론) 이 무슨 관계가 있지?’,’우리사회에 신뢰가 없나..?’
자꾸 하다보면 나름의 내공이 생겨서 빠르고 정확해진다.
(2) 기호 활용하기
전제를 찾는 또 다른 방법은 기호를 활용하는 것이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운 방정식을 풀듯, 각각의 의미구절을 알파벳으로 치환하여 서로 다른 성분을 연결하는 식이다.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예시1]
회사 안갈거다. 잠을 못잤기 때문이다.
결론 : 회사x(A)
근거 : 잠x(B)
전제는 결론과 근거를 이어주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잇는다는 것은 이으려는 두 대상에 다른 점이 있음을 전제한다. 두문장이 이어지게 하려면 각 대상의 다른 성분을 서로 엮으면 된다. 그것이 곧 전제가 된다. 해당 논증의 결론과 근거는 각각 A와 B로, 문장 자체가 하나의 성분이며 서로 같은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럼 전제는 참으로 간단해진다.
전제 : 잠x(B) – 회사x(A)
이렇게 마련한 전제의 뼈대에 살을 붙여 문장으로 만들어주면 전제가 완성된다. 물론 같은 뼈대에서 수없이 많은 뜻의 전제가 도출 될 수 있다.
전제 : 잠x(B) – 회사x(A)
->잠을 못자면 회사를 안가도 된다.(혹은 그런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잠을 못자서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회사를 갈 수 없다
[예시2]
조금 더 복잡한 논증에도 적용해보자. 아래문장을 위와 같이 의미단위의 성분으로 간단화하면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론 : 소크라테스(A) – 죽음(B)
근거 : 소크라테스(A) – 사람(C)
이번 예시는 결론과 근거를 이루는 성분이 하나가 아니다. 이 경우도 앞선 예시와 마찬가지로 각 문장의 서로 다른 성분을 엮어 전제를 만들어내면 된다. 결론과 근거의 A라는 성분이 공통적으로 겹치는데, 전제를 말할 때 구태여 동일한 성분을 이어줄 필요는 없다. 다른 성분인 B와 C만 엮으면 그것이 곧 이 논리의 전제가 된다.
전제 : 사람(C) – 죽음(B)
->사람은 죽는다.
[예시3]
그렇다면 성분이 아예 겹치지 않은 경우면 어떨까? 그때도 마찬가지로 다른 성분을 이어주면 된다. 물론 이 때 전제는 매우 많은 경우의 수로 나오게 된다.
선생님은 출근을 안하셨어. 자유로에 사고가 났기 때문이야
결론 : 선생님(A) – 출근X(B)
근거 : 자유로(C) – 사고(D)
결론의 성분과 근거의 성분이 하나도 겹치지 않기 때문에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이어주면 그것이 곧 이 논증의 전제가 된다. 결론의 A를 근거의 C와 D와 이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결론의 B를 근거의 C와 D에 이어 전제를 만들 수 있다.
전제1 : 선생님(A) – 자유로(C)
->선생님은 자유로로 출근을 하신다
전제2 : 사고(D) - 출근X(B)
->사고가 커서 출근할 수 없을 정도다.
위 예시는 화자의 의도와 맥락을 고려해 가장 그럴듯한 조합으로 만든 전제들이다. 다른 상황의 논리라면 A-D, B-C를 이어만든 전제도 맥락에 따라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화자가 어떤 전제를 염두하고 논리를 펼쳤는지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다. 화자의 핀트를 잘 캐치해 적절한 전제를 골라내는 훈련은 논리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예시4]
불투명 문제로 돌아와서 전제를 찾아보자.
불투명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불투명은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걸 아는 것은 신뢰를 가져올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신뢰할 뿐인 것이다.
결론 : 불투명(A) – 우리사회 필요(B)
근거 : 불투명(A) – 신뢰O(C)
결론과 근거가 두개 이상의 성분을 가지고 있지만 겹치는 성분이 있는, 비교적 쉬운 논리구조이다.(예시2와 동일구조)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성분인 B와 C를 이어내면 그것이 곧 전제가 된다. 그다음 할일은 B-C구문을 화자의 의도에 맞게 잘 문장화하는 것이다.
전제1 : 우리사회 필요(B) –신뢰O(C)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B) 신뢰이다(C)
전제 2 : 신뢰 O(C) – 우리사회 필요(B)
->신뢰는(C) 우리사회에 필요하다(B)
이러한 문장화가 바로 패러프라이징이다.
추후에 배울 패러프라이징의 개념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패러프라이징이란?]
패러프라이징은 어떤 말을 의미 왜곡 없이 변형해 다시 만드는 행위이다. 엄격한 논리의 세계가 아닌 일상 패러프라이징의 영역에서는 ‘A-B’ , ‘~A-~B’ , ‘B-A’ , ‘~B-~A’를 엮어 만든 문장은 모두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부사와 서술어, 조사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큰 의미 왜곡없이 같은 의미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추후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