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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17. 2021

논리적인 말은 뒷받침이 튼튼하다

Ep01.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알려주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

논리가 무엇일까? 논리적으로 말한다는 건 어떻게 말하는 것일까?


논리 :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전하고자 하는 결론이 잘 드러나게끔 하는 것이다. 논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다만 결론의 ‘납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말하기에 비해 더 특별하다.

 

논리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사고나 추리'에 해당하는 것이 필자가 강조하는 ‘결론’ 및 ‘메시지’이다. 이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간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통적인 이치에 따라 말을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치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논증’ 역시 논리적인 말하기 방식 중 하나이다.(이하 논리적인 말을 '논증'으로 칭하겠다) 

 

논리의 핵심은 납득이다. 그렇다면 납득을 위해서 우리는 무슨 방법을 사용할까. 예시를 하나 살펴보자.

 



동생이 뜬금없이 ‘나 오늘 회사 안갈래’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갑작스러운 뚱딴지 같은 소리에 어리둥절하다. 이를 납득하고자 하는 본능에 이끌려 반자동적으로 되물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질문을 하겠는가?

 

왜?

 

그렇다. 왜 말을 그런식으로 하는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논리인지 들어나보자는 취지로 근거가 무에냐 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무언가를 납득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왜?를 질문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바로 납득을 위해선 ‘왜?’라는 질문의 답변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논리적인 말 = 납득을 위한 말 = 근거가 있는 말 

 

그렇다면 논리의 필수요소를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논리는 말의 요지를 명확히 하고, 이를 납득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명확한 결론과 충분한 근거는 논증의 필수 구성요소가 된다. 

 

논증 = 결론 + 근거

 

결론의 근거를 물었을 때, 그 대답이 적절하면 화자는 타당한 논증을 펼친게 맞다. 허나 근거를 말했음에도 영 찜찜한 논증도 있게 마련이다. 이를 염두하며 이후 대화를 함께 살펴보자. 



1.   근거가 이상할 때


A: 오늘 회사 안갈래

B : 왜?

A : 오늘 창립기념일이라 안가도 돼

 

왜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위와 같다면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될터이다. 납득할 만큼 충분히 근거가 타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창립기념일에도 회사를 가는 것이 정설이라고 믿는 이들로부터 “너희 회사는 그날 안가도 되니?”라는 질문이 한번 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창립기념일은 으레 쉬는 회사가 있다는 상식을 토대 삼아 대부분 납득할 것이다. 위 대답은 논리의 필수요소인 결론과 근거, 2가지만을 가지고 청자를 납득시키는데 성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또 다른 답변을 살펴보자. 

 


A: 오늘 회사 안갈래

B : 왜?

A : 어젯밤 잠을 못자서

 


이 답변을 듣고 쿨하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잠을 못잤기에 회사를 안간다는 말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잠을 못잤다는 이유로 당일 회사를 안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일 수 있다. 조금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중한 연차를 날리는 충동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이렇게 속으로 반론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상대의 논리를 ‘납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되려 말도 안되는 소리로 회사가기 싫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고 오해받기 쉽상이다. 

 

이 대화는 첫번째 대화처럼 결론과 근거라는 논리의 필수요소가 모두 담겨있는데도 상대를 납득시키는데 실패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잠을 못잤다'는 근거가 '회사를 가지 않겠다'는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즉 결론과 근거만으로 항상 논리를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전제의 등장


잠을 못잤기에 회사를 안가겠다는 말을 납득시킬 수 있는 상황은 어떤게 있을까.

답답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한번 동생의 논리를 납득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자 한다. 그때 동생의 답변이 다음과 같이 돌아왔다면 어떨까?


A: 오늘 회사 안갈래

B : 왜?

A : 어젯밤 잠을 못자서

B : 어제 잠 못잔거랑 회사 가는게 무슨 상관인데?

A : 내가 회사 대표니까. 

 


동생이 회사의 대표라는 배경지식이 추가 된다면 납득을 비로소 할 수 있겠다고 하는 독자분들이 꽤 생길 것이다. 대표에게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대표여도 회사는 가야 한다는 것이다. 섬세한 반론이다. 이러한 반론 마저 피해가기 위해 좀더 구체적으로 회사를 의무적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제시하면 어떨까? 동생의 두번째 답변을 '내가 회사 대표니까'가 아닌, ‘나 재택근무 해도 된다로 바꾼다면, 대부분의 논란은 종식될 것이다.

 




한문장('나 재택근무 해도 된다')을 추가함으로써 기존에 전혀 납득되지 않던 것을 납득시키는데 성공했다. 추가한 한문장이 어떤 기능을 한 것일까? 바로 근거가 결론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이 기능을 하는 것을 앞으로는 전제라고 부르고자 한다. 논리의 원활한 납득을 위해 적절한 전제는 꼭 필요하다. 보통 근거와 결론이 내용적으로 거리가 멀 때 전제는 그 기능을 톡톡히 한다. 다시 정리하면, 근거가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 조건 등을 제시함으로써 납득의 폭을 넓히는 것은 전제가 가진 기능이다. 이로써 논증의 필수요소는 전제를 포함해 총 3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논증 = 결론 + 전제 + 근거

 


2.   전제가 필수라고요?

 

전제 없이 결론과 근거 두가지만으로도 납득을 시키는 경우는 많다. 이는 논증의 필수요소가 전제를 포함해 3개라는 것의 직접적인 반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 역시 전제는 존재한다. 다만 숨어있을 뿐이다.

 

김치볶음밥과 까르보르나 중 김치볶음밥을 먹을래. 난 한국인이니까.

 

한국인이기에(근거) 김치볶음밥을 선택한다(결론)는 요지를 전한 논리적인 말이다. 이 논증엔 결론과 근거 두 요소만 들어있음에도 우리는 대략적으로 화자의 의중을 읽고 납득할 수 있다. 한국인의 김치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논리를 한국이 어딨는지도 모르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아이에게 들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는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 김치볶음밥이 무에냐고 물어보기 바쁠 것이다. 

 

전제의 필요여부의 핵심은 전제를 유추할 수 있느냐이다. 청자가 놓인 상황, 조건, 배경지식에 따라 말의 이해도는 천차만별이 된다. 그때 화자가 의도한 대로 청자를 납득시키기 위해선 화자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보여줘야한다. 특히 결론과 근거의 거리가 멀어서 유추하기 어려울수록 더더욱 전제를 언급해줘야한다. 청자의 배경지식이 출중해서 구태여 전제를 설명하지 않아도 의도한대로 이해할 것이라 예상된다면, 그때는 과감히 전제를 생략해도 좋다. 이는 단지 생략되었을 뿐이지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한다.



논리적 말하기를 할 때 꼭 전제를 언급해야할까?

언제나 전제를 사용해야만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청자가 이미 전제에 대해 인지하거나 유추가능하다면 전제를 구태여 언급하는 것은 TMI(Too Much Information)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자의 배경지식을 고려해 논증의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지 범위를 조절하는 것 역시 화자가 신경써야할 몫이 된다. 


가령 어떤 전제를 다 알법하면 과감히 생략해 말을 깔끔하게 구성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렇지 않고 너무 세세하게 구구절절 설명하면 다 아는 이야기를 늘어뜨린다는 지루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일 때는 오히려 구구절절 설명해주는게 훨씬 나을 수 있다. 더 복잡하고 중요한 요지를 이해하는데 집중력을 할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일방적인 스피치를 하는 경우라면, 상대방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기지 않도록 애초부터 자세히 설명해주는 편이 낫다. 특히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호 피드백이 쉽게 오갈 수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스피치할 때 어디까지 언급하고 생략할지 그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갖춘 능력이 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듣는이의 눈높이에 서서 너무 길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또 너무 짧아서 이해가 어렵지도 않은 훌륭한 말을 구사한다.

 

 

논증 = 결론 + (전제) + 근거

*단, 전제는 필요하면 생략하거나 여러개 추가해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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