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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Apr 21. 2021

왜?라는 질문에 잘 답변하는 법

Ep05.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알려주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

[미리 읽으면 좋은 글]

Ep.04 말 잘하는 사람은 간략하게 혹은 자세하게 말한다

https://brunch.co.kr/@twtw/52



2.   전제의 출신 : 근거도 전제였다?


전제찾기의 3번방식인 '빈칸 채우기'방식과 관련해 재밌는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바로 전제와 근거의 출신이 같다는 것이다. 하나의 논증에는 하나의 결론이 있지만, 반드시 하나의 근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근거가 될 수 있는 수많은 후보가 있고 그 후보들의 이름은 전제이다. 수많은 전제 중 가장 결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전제 하나를 골라서 왜? 라는 질문에 답으로 삼은 것이 곧 근거가 된다.

 



결론 <-전제1 <-전제2 <-전제3 <- 전제4 <- 전제5(근거) <- 전제6 <-전제7 <- 전제8 <-전제9 <-전제10 …

 


전제를 다시 정의해보도록 하겠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전제란 추리를 할 때 결론의 기초가 되는 판단이다. 무언가의 바탕이 되며 부연의 기능을 하는 것은 전부 전제이다. 지금까지 계속 언급해오던 ‘논증의 전제’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원래 하나의 논증에는 결론으로 향하는 수많은 전제가 있다. 전제 10까지 밖에 적지 못했지만 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무한대로 뻗게 될 것이다. 그만큼 말의 기초가 되는 전제는 많다. 이중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왜?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전제 하나를 골라 근거로 삼은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 혹은 전제 여러 개를 묶어 종합해 하나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근거는 사실 결론으로 향하는 수많은 전제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거를 정함으로써 나머지 전제들의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수많은 전제 중 전제5가 근거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전제1부터 전제4까지는 근거가 결론을 설명할 때 그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반면, 전제6부터 전제 10은 오직 근거만을 향하는 전제가 된다. 즉 전자는 논증의 전제가 되는 것이고 후자는 근거의 전제가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사용한 전제라는 용어는 ‘논증의 전제’이다. 논증에서 결론, 근거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즉 위의 설명에서 결론과 근거 사이에 위치한 전제1-전제4는 ‘논증의 전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근거로 향하는 전제6-전제10은 무엇일까? 이는 근거자체를 부연해주는 전제로, 편의상 ‘근거의 근거’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근거의 근거와 논증의 전제는 논리의 영역에서 필히 구분해야하는 개념이다. 

 


 

[예시]

 

오늘 운동안할거야

<-움직일 수 없어서<-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잠을 못자서 피곤해 <-잠줄이며 공부해야해 <-학점을 잘 받아야해<- 곧 중간고사야 <-대학원에 다니기로 했어 <-학문적 욕구가 남아있어 ….

 

오늘 운동을 안할거야’라는 결론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전제가 나열되어있다. 이 중 운동을 안하는 결정적인 이유라 생각되는 녀석을 하나 골라 그것을 근거로 만들어준다. 어떤 전제를 선택하든 본인의 자유이다. 다만 적절한 전제를 근거로 골랐는지는 논리의 직관성을 좌우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전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오늘 운동안할거야

<-움직일 수 없어서<-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잠을 못자서 피곤해(근거)<-잠줄이며 공부해야해 <- 곧 중간고사야 <-대학원에 다니기로 했어 <-학문적 욕구가 남아있어 ….

 


필자는 전제들 중 결론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너무 세부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잠을 못자서 피곤해’를 근거로 골랐다. 그렇게 되면 해당 논리는 ‘피곤하니까 운동을 안한다’라는 논리로 결정되었다. 결론과 근거 사이에 있는 것은 ‘왜 피곤한데 운동을 안하는지’를 설명하는 논증의 전제가 되겠고, 근거 뒤에 있는 것은 ‘왜 잠을 못잤는지’를 설명하는 근거의 근거가 되겠다. 

 


물론 그 외 다른 전제가 근거로 발탁될 수도 있다.  다만 결론에 얼마나 가까운 전제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논증의 전제를 언급해야할 필요성이 결정된다. 결론과 가까운 전제를 근거로 골랐다면, 결론과 근거 사이를 설명하는 전제를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줄어든다. 다만 근거의 근거를 조금더 세부적으로 설명해야할 수 있다. 반면 결론과 거리가 먼 전제를 근거로 선택했다면, 필히 전제를 언급해줘야 논리를 납득하기 쉽다. ‘학문적 욕구가 남아있어서 오늘 운동안갈거야’라는 말을 단번에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 처럼 말이다. 

결론과 가까울수록 전제가 당연한 상식일 확률이 높다. 하여 논증의 전제가 굳이 언급되지 않아도 될만큼 사소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본인이 결론과 가까운 전제를 근거로 삼았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코 여러분의 전제찾는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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