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알려주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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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3 논리적인 말에 꼭 들어가는 것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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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제심화편 : 말잘하는 사람은 간략하게 혹은 자세하게 말한다 - 전제찾는법
지난 챕터에서 논리적인 말은 결론을 납득시키기 위한 말이고 이를 위해선 근거가 필요하다고 배웠다. 근거만 달랑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근거 자체도 납득 시킬 수 있어야할 뿐 아니라 근거가 결론을 잘 뒷받침하는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면 전제가 잘 언급이 됐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 때 전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는데, 같은 의미의 전제를 활용해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1. 전제를 활용하는 네가지 방법
(1)기본형
결론 : A
근거 : B
전제 : A-B
가장 간단한 형태로 전제를 단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결론이 A이고 근거가 B일 때, 둘을 이어주는 기능에만 충실하는 전제이다. 패러프라이징 및 부연설명 없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기에 전제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이것만이라도 잘 숙지할 것을 추천한다.
[예시]
회사 안갈거다.(A) 졸리기 때문이다.(B)
->졸리면 회사 안간다.(B-A)
소고기를 사먹을거다.(A) 건강을 위해서다.(B)
->소고기는 건강식이다.(A-B)
소크라테스는 죽는다.(A-B) 소크라테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A-C)
->사람은 죽는다.(C-B)
(2)패러프라이징
본격적으로 전제를 변형하는 방법은 패러프라이징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패러프라이징이란 의미의 왜곡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말을 달리 표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전제 또한 패러프라이징을 활용해 의미에 변화(추가나 제거)를 주지 않고 다른 표현으로 바꿔볼 수 있다. 패러프라이징의 가장 큰 장점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어진 것만을 가지고 풍성한 말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모르지만 아는 것처럼 말해야하는 상황에서 패러프라이징 기술을 많이 활용한다.
A – B = ~A - ~B = B - A = ~B - ~A
[예시]
인공지능은 인간소외현상을 가져올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연습문제에 등장했던 논증이다.
결론 : 인공지능(A) – 인간소외현상(B)
근거 : 인공지능(A) – 인간영역대체(C)
전제 : 인간영역대체(C) – 인간소외현상(B)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이 생긴다.
[가능한 다른 전제들]
인간소외현상(B)은 인간의 영역이 대체(C)될 때 생겨난다.
인간이 고유영역을 갖는 한(~C) 인간은 소외되지 않는다(~B)
인간의 존엄은(~B) 인간 고유영역으로부터 나온다(~C)
전제를 패러프라이징 할 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의미왜곡을 최소화하기
엄밀한 논리의 세계로 들어가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은 소외된다’(C-B)라는 말과 ‘인간의 고유영역을 갖는한 인간은 소외되지 않는다’(~C-~B)는 말이 똑같지 않을 수 있다. 전자에 따르면 인간 영역이 대체되는 모든 상황에서 인간은 소외되지만, 꼭 인간 영역 대체가 되어야만 인간소외가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즉 인간영역 대체를 인간소외의 유일한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인간 영역 대체 외에 다른 요인이 인간소외를 가져올 여지를 남겨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인간 고유영역을 지키기만 한다면 인간소외가 일어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영역대체가 소외를 일으키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말과 다를바가 없다. 전자는 ‘인간 영역 대체’가 ‘인간소외’의 원인 중 하나인 반면, 후자는 ‘인간 영역 대체’가 ‘인간소외’라는 결과의 유일무이한 원인임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의미 왜곡까지도 줄이기 위해 패러프라이징을 할 때 부사나 조사를 신경써준다면 무결한 논리를 펼칠 수 있다.
가령 인간영역의 대체를 인간소외의 원인 중 하나로 보는 의미를 고수할 때, 후자의 전제 대신 ‘인간영역이 대체되지 않으면 인간소외를 줄일 수 있다’라는 식으로 다소 빗겨가는 서술어를 사용하여 의미왜곡을 막을 수 있다.
한편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논리 수준에서는 러프하게 접근해도 차후 부연설명을 통해 의미왜곡을 막을 수 있기에 너무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일러두고 싶다.
2) 단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것
단어의 변형은 패러프라이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말을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복되는 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덜기에도 효과적이다. ‘인간의 영역 대체’라는 말을 ‘인간 고유영역을 지킴’으로, ‘인간소외 현상이 생기지 않음’을 ‘인간의 존엄성 유지’로 변형한 것과 같이 말이다.
이를 반영해 스피치를 만들어내면 다음과 같다. 전제를 쓴듯 안 쓴듯, 자연스럽지만 큰그림이 엿보이는 말하기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의 목표는 이런 논리적인 말과 사고를 즉석에서도 구사가능해지는데 있다. 논리에 대한 개념이 잡히면 논리적 구조를 짜는 법에 대해서도 추후 배울 예정이다.
인간은 고유영역이 있어야지 존재가치를 갖는 존재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이 고유영역을 다 대체하고 말것이다. 이미 수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 사례만 살펴봐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로 인해 인간은 존재이유를 잃고 소외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소외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3)빈칸 채우기
세번째 방식은 내용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앞선 방식들과 차이가 있다. 이번 방식은 결론에서 근거로 이어질 때 그 빈틈을 보다 촘촘히 채워주는 방식이다. 왜 A이면 B인지 이유를 설명해줘도 좋고, 그 사이의 메커니즘을 하나씩 다 밝혀주어도 좋다. 이는 앞선 방식과 달리 더 자세하고 알맹이있는 전제를 언급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A-(c-d-e-f)-B
결론 : 인공지능(A) – 인간소외현상(B)
근거 : 인공지능(A) – 인간영역대체(C)
전제 : 인간영역대체(C) – 인간소외현상(B)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이 생긴다.
[전제변형]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C)
(인간은 노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노동에서 삶의 가치를 찾던 인간은 이로인해)
인간은 소외 된다.(B)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C)
(인간은 더 이상 남과 소통할 수 없게 된다. 남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인간은 소외 된다.(B)
4)비유적 상황
마지막은 전제가 담겨있는 상황이나 조건을 비유적,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앞선 방식들은 결론과 근거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면 이번 방식은 그렇지 않다. 이는 한단계 나아가 상징과 비유에 대해 고민하는 영역이기에 처음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허나 전제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재치있는 비유로 대신하는게 나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방식이다. 때론 더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표현을 가능케 한다. 코미디언이 문장을 재밌는 상황에 빗대서 말하는 방식이나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카즘(sarcasm)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시]
회사를 안가겠다
잠을 못자서 피곤하다
전제 : 피곤하면 회사를 안간다
전제 변형) 나는 디지털노마드이다
*디지털노마드 : 인터넷만 있으면 장소의 구애없이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사람
: 졸리면 회사 안가도 되는 근무환경을 ‘디지털노마드’라는 직업적 특징에 빗대어 설명
김치볶음밥과 까르보나라 중 김치볶음밥을 먹겠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전제 : 한국인은 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
전제 변형) 신토불이를 지향한다
: 한국인인 화자가 한국음식인 김치볶음밥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요지를 말하고 싶을 때 사자성어로 대신해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