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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Jul 08. 2021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이십대 후반의 내가, 이십대 중반의 내게 건네는 인간관계론

3.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오랜만에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걔랑은 잘지내고?

-여전하지뭐. 그 문제는 아마 안고쳐질거 같아.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타고난 성향이라 변화는 어려워보여. 변화를 강요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럼 어떡하게?

-이제 나한테 질문을 할 차례인거 같아. 이를 내가 오래도록 견딜 수 있을지. 남은 시간동안 그 여부를 확인할 몫만 남은 거 같아.

-둘 사이에 결핍된 그 가치가 너에게 얼마나 중요할지를 생각해봐야겠네. 속단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보도록 해. 

-응. 한편으로는 그 문제빼고 다 좋은데, 이아이가 아니면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 

-명확히 말할 수 있는건,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우려가 지금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는 거야.

지금의 선택이 대안이 없기 때문에 쥐어짜낸 차선이 되지 않도록 본질에 집중하도록 해. 아직 충분히, 너무나도 괜찮으니까.





인생 전반에 걸쳐 고민해온 문제가 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버금가는 질문. 바로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나는 이 두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지금껏 수많은 선택과 경험을 해왔을런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나이가 계란 한판에 가까워져 가는데 아직 두 답이 미지수라는 점이다. 참으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두번째 질문,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고 하는 문제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나를 많이도 감싸왔더랬다. 입시로부터 봉인해제된 이후 이성교제를 시작한 시기가 딱 성인이 된 시기와 맞아떨어졌으니 말이다. 

누구와 연애를 할 것인가는 향후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가하는 문제와 많이도 맞닿아있다. 

결코 연애와 결혼을 그 어린나이부터 일직선상에서 고려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래 함께할 누군가를 꼭 한명 정해야한다면 그는 이런게 있어야되고 없어야되고 하는 것들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연애였을 뿐이다. 

물론 요즘은 '결혼을 해야되는가?'의 문제로 확장되는 중이지만 말이다.




결혼을 하기로 했다면, 상대를 고르는 문제가 그리도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바로 결혼은 끝이 없다는 제도적 결함때문이다. 사별과 이혼을 제외하고 말이다.

오직 딱 한명만 골라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핏줄이 안섞인 가족의 형성인지, 동반자와의 제도적 속박인지, 아이의 생육인지 등등

결혼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제도가 본질을 잘 반영했는지의 여부가 달라지겠다.

무엇이 됐든 내게는 참으로 허무맹랑하기 따로 없다.


이 제도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이십대초반에 한창 냉소에 찌들어 글을 쓴적이 있다.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서평이었는데, '영원한 사랑은 없으니 결혼은 말이 안된다'고 말하며 사실은 '결혼이 두렵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막연한 두려움은 해소되었지만 역시 자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확히 말하면 영원을 가능케할 사람을 찾을 자신이 없다. 


많지 않은 몇차례의 연애를 하며, 향후 누군가와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면 그에겐 이런게 있어야겠다고 생각한게 몇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두가지가 있는데 , 만나는 사람이 둘중에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하나가 있음에 감사해야하는 건지, 하나가 없음에 단념해야하는 건지. 근 몇년을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선택과 경험을 자처하고 있다.

가령 회사를 그만두고 낯선 나라에 무작정 살기로 한것과 같이 말이다.


아직도 질문은 진행중이다. 부디 질문이 올해를, 양보하더래도 내년을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민망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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