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루 Jul 21. 2021

나는 요즘 이렇게 살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아침 7시. 싱가폴의 아침이 밝았다.

싱가폴에 온지도 어느 덧 만 이년이 다되어간다.

아침잠이 사라져 7시에 하루를 시작한지도 그만큼 되어간다는 뜻이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앞 강변으로 나간다.

나이키 런 앱을 열고 런닝을 시작한다.

목표는 30분동안 5km 뛰기. 기분좋게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나처럼 조깅을 하는 사람도 꽤 보인다. 마침 역시 달리고 있는 릭을 사거리에서 마주쳐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다.

릭도 항상 이시간대 조깅을 나오는 스위스인이다. 다른 코스를 달려 두번 정도 밖에 못마주치지만 이년 째 꾸준히 내적 안부를 묻는 친구다.


런닝을 마치고 돌아와 근력운동과 요가를 한다.

예전에 안되는 동작들이 이제 많이 된다. 한때 디스크로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말끔하다.

척추질환도,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운동습관으로 상당부분 호전되었다.

이제 내 몸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에 빠삭하다.


한바탕 샤워를 마치고 사과와 요거트를 챙겨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오늘의 글을 쓴다.

하루 한번 글을 쓴지도 만 일년이 되었다. 매일 요가를 하게 된 것처럼 , 매일 글쓰기도 드디어 나의 습관으로 안착했다.

매일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하는 시기도 지난 듯하다.

한시간의 시간동안 온전히 나를 마주하며 혹은 나를 둘러싸고 일어난 세상을 마주하며 담담히 글자를 누른다.

주로 어제있었던 일중 글감을 미리 전날 샤워하면서 생각해두면, 그에 대해 다음날 아침에 적는 편이다.

그렇게 발행버튼을 누르면 이웃님들의 좋아요와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나의 글에 와서 공감을 하기도, 울기도 웃기도 한다. 이런일이 있었다 하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내 글은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푹신한 잔디가 되어준다. 마치 나의 이름이 그러한 것 처럼 말이다.

나의 글을 기다려주는 있다는 사실에, 그들에게 안위를 준다는 사실에 매일 아침 황홀함을 느낀다.


10시가 되니 쓰던 글을 후딱 마무리하고 출근준비를 한다.

준비는 그저 창을 내리면 끝이다.

아 출근을 하기전, 한국장시간에 맞춰 주식을 확인한다. 매일 아침마다 오는 데일리 국내외 경제뉴스를 보며 흐름을 읽어본다. 주로 장투를 하기에 뭘 더 딱히 할 건 없다.

눈을 뜬지 세시간 만에 출근이다.


회사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직장인임에도 자유시간이 많은 편이다.

하루 필수 근무시간인 네시간을 충족하고, 일주일동안 35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기만 하면 근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회사에 출근해 집중도가 필요한 일을 밀도있게 처리하면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널널하게 근무가 가능하다.

삼년째지만 한번도 출근이 버거웠던 적이 없다. 주5일 아침출근을 극혐하던 내겐 꿈만 같은 일이다.

두달전에는 한국에 한달정도 다녀왔다. 재택근무라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고, 한국에도 지사가 있어 급한 일처리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이렇게 일년에 두번씩, 삼주에서 한달정도 다녀오는 편이다. 덕분에 부모님도 자주 보고 병원진료도 꼬박꼬박 보고 온다. 한식도 덜그립고 말이다.

마치 대학생 때 3달반으로 구성된 한학기 끝나고 방학에 한달동안 집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다.


일도 재미있다.

미국계 플랫폼기업 싱가폴 지사에서 상품기획 직무로 일하고 있다.

시장조사를 하고 컨셉을 구상해 수많은 가설을 거쳐 하나의 **을 시장에 내놓는일이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포지션에 만족한다. 나의 사업에 적용할 만한 영감을 많이 얻고 있다.


또 모든 cpu를 공유하고 유연한 분위기에서 토론이 가능한 팀원들과 합이 좋다.

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동료들이다.

필히 영어와 중국어로 소통해야하니 외국어 공부는 저절로 꾸준히 하게 된다.

그들과 때로는 삶을 공유하며 다양한 면에서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하다.


첫 일년은 서울에서 일했고 지난 경력들을 토대로 싱가폴에 발령이 났다.

영어와 중국어가 가능한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인사때는 뉴욕 본사로 발령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통 세번 정도 시도하면 된다고 하니, 회사 내에서도 이번엔 내차례일것이라며 슬슬 짐을 싸기 시작하라는 분위기다.

그래도 늘 변수는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일이 잘풀려 미국에 갈 수 있게 된다면, 그곳에서의 몇년간 근무를 끝으로 직장에서의 조금 빠른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이대로도 충만한 삶과 양립가능, 지속가능하긴 하지만 직장생활 10년이면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어제 회사에 출근해 15시간 근무하면서 급하고 중요한 일을 모두 처리했으니

오늘은 편안한 분위기로 미팅과 잔챙이 업무만 마무리하고 1시에 조기퇴근할 예정이다.

하우스메이트이자 베프인 제리와 불금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전에 주말이 오기전 한주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2시에 업무가 끝나고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를 연다.

오늘은 무얼 맛있고 건강하게 해먹어볼까.

매일 한끼, 주로 점심은 건강한 저칼로리로 챙겨먹으려 노력한다.

밖에서 일과를 보낼 때는 건강식을 찾아 사먹거나, 전날 도시락을 싸둔다.

한끼를 건강하게 먹으면 다른 한끼에 대한 무한한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사실상 식이스트레스로부터 구애받지 않게 된다.

몸이 건강해지는 건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3년전 피티를 통해 삼개월동안 8키로를 건강하게 감량한 이후, 요요없이 쭉 건강하게 유지해오고 있다.

강박없이 건강한 식습관을 갖추고 운동을 습관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호밀빵과 아보카도, 양상추, 두부, 토마토, 양파를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봐야겠다.

아몬드 케일주스도 곁들여준다.


식사를 마치고 3시에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오늘은 내 직원들과 미팅이 있는 날이다. 일주일간 업무현황과 특이사항에 대해 보고받는 시간이다.

서울에 있을 때 부터 키워온 사업을, 서울을 떠나면서 그리고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물론 다니는 회사는 겸업이 가능해 문제없다.

요즘은 몇사업에 규모를 늘리는 까닭에 일주일에 두번 보고를 받고 있다.  


사업은 크게 교육컨텐츠사업과 임대업으로 나뉜다.

이전부터 운영해오던 성인 대상 ** 수업을 컨텐츠화 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우선 온라인강의를 제작해 판매한다. 올해 세번째 강의 런칭을 예정하고 있다.

또 강사를 고용해 실물강의를 판매한다.

만들어둔 커리큘럼을 튜터에게 먼저 교육하고, 소규모 수강생 그룹에 한명씩 배치해 다양한 장소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서울 강남과 종로 일대에서 진행하던 강의를 이번년도 부터 규모를 키워 신촌과 분당 그리고 부산에도 런칭을 했다.

그 외에 이북 및 출판 수익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임대업의 경우 에어비앤비와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있을 때 부터 하나씩 오픈을 했고, 현재는 규모를 늘려 총 세군데 운영하고 있다.

점차 자본규모를 늘리고 갯수를 줄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없이 알짜배기로 딱 두군데만 운영하는 것.


직원비용을 모두 제하고 나면 내게 숨만쉬어도 들어오는 순이익이 월 *정도 된다.

월*의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난 만족한다.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지속가능한 자동화 방식에 보다 집중하고 싶다.



미팅을 마치니 5시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내시간이다.

아침 운동, 글쓰기, 생산활동(근무, 사업운영),공부(외국어소통)을 모두 마쳐도 5시밖에 안됐다.

이제부터는 긴장을 좀 풀어도 된다. 사실 지금부터 그냥 냅다 누워서 유튜브만 봐도 된다.

오늘치 생산성은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하루에 온 정신을 다해 사는 시간, 즉 생산적인 시간은 고정해두려는 편이다.

그외에 시간에는 최대한 긴장을 완화하고, 웬만하면 하나도 안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렇게 긴장과 완화가 적절한 균형을 갖춘 라이프를 지향한다.


남은 시간은 저녁식사, 사교, 컨텐츠감상의 활동으로 채우는 편이다.

저녁은 최대한 즐겁고 맛있는 시간이여야 한다. 물론 점심에 과식을 했거나 원한다면 저녁을 가볍게 해도 좋다.

나의 하우스메이트의 존재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최고의 말동무이자 독서메이트, 영화/드라마 메이트, 저녁메이트, 야밤산책메이트 , 다이어트메이트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약속을 잡고 만나지 않아도 늘 거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 헌데 거기에 이렇게 취향까지 잘 맞다는 점. 참으로 감사하기 그지없다.

아 약속을 잡고 봐야하는 친구도 당연히 만난다. 하지만 20대때 처럼 시도때도 없이 만나진 않고

잘사나 궁금해 질 때 쯤 연락해 왕래한다. 한 친구당 한달에 한회에서 두달에 한회정도. 또는 일년에 네번에서 두번정도.


약속을 잡고 만나는 모든 총체의 관계는, 가족과 애인을 제외하고 이정도의 빈도가 적절하다는 것을 깨달은지 오래다. 너무 잦으면 너무 긴밀해지고 불필요한 번민을 만든다. 복잡해질 것 없이 이정도가 딱 좋다.

어쩌면 이 빈도로 만나도 텐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되었기에 가능 한이야기 일 수도. 아! 그리고 해외에 나와있으니 더더욱 가능할 수도.


그런 점에서 연애사업은 어떠한가.

엄밀히 말하면 안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탓이 크다. 더이상은 고통스러운 롱디와 생이별 가능성이 있는 관계를 대책없이 함부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헌데 평생 같이 살기로 약속하고 싶은 사람은 있다.

연애를 하는 것처럼 항상 설레고 짜릿하고 좋아죽겠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대화가 잘되고, 성격의 합이 맞으며, 취미가 비슷하고, 나의 단점을 커버해주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즐겁고 평온하다. 그 사람만 있으면 친구가 딱히 필요 없을 것 같다.

마치 나의 하우스메이트 제리를 대체할 완벽한 남자인 것이다!

나의 거처가 정해지고 나와 그의 여건이 가능해진다면 당장 프로포즈를 하려 한다.

아니면 여건이 되게끔 하거나 말이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란 걸 안다.

우선은 해보고 싶은게 많기때문에 잠시 미뤄놓기로 했다. 가령 미국에서의 삶...같은거 말이다.



오늘은 하메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와서 샤브샤브를 해먹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6 첫화를 보기로 했다. 슬의를 보기전 미장 개장시간에 맞춰 계좌를 한번 확인해주고 다시 닫는다. 역시 장투라 뭘 따로 할 건 없다.


토요일 오전에는 제테크모임이 있어서 자기전 자료와 자산상태를 점검한다.

작년 경매로 구입한 지방 아파트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서 시드를 늘려 자산의 부동산 비율 70%이상으로 늘리고, 주식의 비율을 20%미만으로 줄일 수 있으면 한다. 30살에 시드 1억돌파의 첫 목표를 달성했으니, *살 *억 돌파라는 꿈도 성공하길 바래본다.


토요일 오후에는 유튜브 영상을 찍는날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해외에서 직장생활하며 살아가는 얼굴없는 모습을 찍어 올리기 시작한지 어느새 1년이 되었다. 구독자가 생각보다 조금씩, 꾸준히 늘어 작은 돈이긴 하지만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광고도 조금씩 붙고 있고 말이다. 유튜브 편집은 외주로 맡겨서 큰 소득이 되진 않지만, 시간적인 부분에서 많은 세이브를 할 수 있어 계속 이렇게 진행할 예정이다.


나의 관종력을 발휘한다는 면에서 유튜브는 그 자체로 매력있는 활동이다.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고 말이다. 최근에는 해외 직장인 생활을 소재로 책을 써보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미 매일 브런치에 글을 기재하며 두번 브런치북을 발행하고, 출간경험도 있어 그리 어렵지 않은 도전일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포지션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누가 와서 나의 창작물에 대해 가타부타할 껀덕지가 크게 없다는 점이다. 그저 내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 내 생각이나 논란이 되는 주제가 언급되지 않아 악플도 다른 유튜버에 비하면 월등히 적은 편이다.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만 모여 영상을 봐주는 느낌이라 감사할 뿐이다.

한편으로는 구독자가 너무 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꼭 실버버튼은 받고 싶다.


참고로 나의 정체성은 아직도 여러개로 흩어져있다.

브런치에 아무생각이나 다쓰는 작가인 내가 있는가 하면, 회사에서 일하는 내가 있고, 유튜버인 내가 있고, 교육사업과 임대사업을 하는 내가 있고, 둘도 없는 하우스메이트인 내가 있다.

놀랍게도 이 부캐들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겹쳤다면 조금씩 서로 도움을 받는 부분이 분명있었겠지만, 동시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이 가장 걸린다.

가장 이상적인건 각 부캐가 각자 다 잘되는 것인데, 지금 그러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뿐이다.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12시만 되면 그렇게 눈이 감긴다.

모든 불을 소등하고 모든 소리도 끈 채 가장 평온하게 눈을 감는다.

오늘하루도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

모든 내용은 허구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마법을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봤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재밌게 봐주셨다면 그걸로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매일 글을, 아니 알을 낳는 거위는 이런 느낌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