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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Dec 03. 2021

면접을 본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나에 대한 단상

대만에 온지 8개월이 다되어간다. 12개월의 유한한 비자로 살아가면서 이쯤 살아보니 느끼는 강한 감정은 중국어는 절대 1년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제야 조금 이 나라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당 어디를 가도 알아보지 못하는 차이딴(메뉴)을 보며 당황해서 아무거나 고른뒤 기괴한 음식을 받아먹는 일이 줄은점,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봤거나 봐본 음식이라는 점. 

길에 있는 간판의 대부분을 여전히 읽지 못하지만 대충 저기가 뭐하는 곳이겠거니 지레짐작 정도는 가능해진 점.

대만인이 중국어로 말을 걸어와도 영어로 도망가지 않고 망설임없이 중국어로받아쳐줄 수 있게 된 점 

습한 기후에 병이 나고 나다 지쳐 이제 병이 나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여야하는지 습득한 점, 또 몸이 어느정도 적응한 점 등

이제야 조금 사람이 사는 모양새가 난다. 

(솔직히 아직 좀더 필요한것 같다. 이 모든게 다 자연스럽게 되려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알아가려 해야하겠다) 


적응력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 내가 이곳에서 헤맸던 초반 3개월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기후도 싫었고  무엇보다 하나도 알아보지도 알아들을 수 도 없는 이곳의 환경이 참 답답했다. 외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나 영어가 도처에 없는 곳은 없었다. 어딜가도 영어가 있었기에 이정도로 막막한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곳은 정말 완전 다른 세상, 다른 행성에 와있는 정말이지 무력한 기분이었다 .

영어권 국가가 아닌 곳을 처음와서 그랬을까? 이상하네 일본도 분명 갔었는데 그땐 이렇게 까지 막막하지 않았었는데! 까막눈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려나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중요한 건 8개월이라는 귀한 시간을 할애해 드디어 적응에 실마리를 찾는가 했는데 이제 곧 돌아갈 시간이 오고 있다니. 허무하다. 지금 있었던 만큼의 절반만 있으면 좋으나 싫으나 곧 떠나야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순간 부터 희미하게 들던 생각이 점점 농도가 강해지고 있다. 

이곳에 더 있고 싶다. 

참 기이한 일이다. 


헌데 그러기 위해선 적법한 비자가 필요하다. 내가 이곳에서 도모해볼 수 있는 시도는 

1)취업해서 워킹비자를 받거나 2)대학원에 진학하거나 3)대만인과 결혼을 하거나

그중 가장 염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1번. 


그래서 이번 학기부터는 (그제부터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마지막 학기) 공부하면서 동시에 일자리도 알아보기로 다짐했다. 

그러다 때마침 보게된 공고가 있어 지원을 했고 운좋게 면접까지 보고오게되었다. 이 모든게 단 지난 일주일만에 일어났다. 

여러번의 면접 중 첫번째 면접이 중국어로 진행되었다. 내 중국어가 많이 늘었고 현지인과 대화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회사'에서 '면접'을 중국어로 볼 정도인가 싶었다. 

대체 중국어로 어디까지 확인하고싶은건지, 첫번째 관문을 왜 중국어로 하는건지, 이럴거면 애초에 '중국어 혹은 영어가능자'라고 왜 써놓았는지 의아했다. 

을인 관계로 후뚜루 마뚜루 준비해서 면접을 보고왔고, 면접장에서의 분위기는 편안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질문에 내가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완벽하진 않지만 말이다.

이제 겨우 7개월 배운 중국어라고 재차 강조했고(큰그림이었다) 필요하면 영어를 써가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가끔 그들의 질문을 알아먹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고, 매력적인 대답을 하고 있지 못하구나 하는건 그들의 표정과 직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무사히 마무리한 듯 해 후련했다. 


문제는 면접을 본 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이제 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아침인데 아직 오지 않는다. 

면접의 마무리즈음에 다음 면접을 하게 되면 그건 한국인과의 소통일 것이라고 왜 알려준걸까. 

중국어가 짧아서 그게 '하게 될거다'인지 '할 수도 있다'인지 까지는 캐치하지 못했다. 집중력도 이미 흐트러졌고 말이다.

사람인지라 기대를 안하게 되지 않는데, 어제를 넘긴 이후로는 사실 단념하려 하고 있다.

마음에 쏙 들었다면 바로 연락을 해줬겠지. 바로 내 이전 직장 처럼 말이다.


아! 내 이전 직장과 동일선상에 두면 안되려나. 어쩌면 그 시작이 후뚜루 마뚜루의 징조일 수 있었을 성 싶다. 


사이가 최근 소원해진 하우스메이트가 어제저녁 울면서 나를 찾았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현재 연구중인 주제가 본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 그걸 받아들이고, 교수님께 얘기할 용기가 안난다고 한다. 

본인을 실망시킬 까봐, 교수님을 실망시킬 까봐 

그 아이는 얼마나 노력했으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한치의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란 말을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깨지고 아파했으면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적이 있던가? 

당장은 그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있는말 없는말 꺼내가며 토닥여줬지만

정작 나를 위로하고픈 심정이었다. 괜히 작아졌고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더이상 '최선'을 다하는 걸 하지 못하면 어쩌지.


이번 면접 준비도 그러했다. 갖고 싶은 자리였지만 최선을 다하진 않았다. 최선을 다했어도 결과론적으로 뭐가 크게 달랐을까 싶긴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과정에서 떳떳하진 못하다.

그런 주제에 면접 후 연락이 안온다고 찡찡대고 있는 내가 참으로 못나보인다. 

언제부터 이리 요행만을 바라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운칠기삼이라는 말에 완전히 잠식되어버렸을까.

다시 진정성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는것일까? 그런 시기가 또 올까? 그런 자극이 ?


이제 학교에 갈 시간이다.

이번학기는 절대 지각하지 않고, 숙제를 잘 해야겠다는 다짐부터 잘 이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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