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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Dec 10. 2021

면접관을 파티에서 다시 만날 확률은?

떨어진 줄 알았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며칠 전 면접을 본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시무룩하게 글을 썼다.

그리고서 면접을 본 뒤 일주일 뒤 메일이 왔다. 두번째 면접을 보고 싶다고.


!


와! 5일쯤 지나니까 정말 마음을 접고 있었더랬다. 이렇게 뜬금없이 연락이 올줄이야.

외국계기업의 특성상 리크루팅 과정을 예측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그리생각했던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대만 타이베이 대규모 언어교환 모임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다.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중국어,영어,한국어, 일본어를 교환하는 일종의 파티다.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우선 가보자 하는 심정으로 참여했지만 생각외로 너무나 재밌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대만, 외국인 친구들도 알게되었고 말이다.


중요한  모임이 끝나고 나서였다. 얼굴을 분간할  있을 정도의 거리에 대화를 나누고있는  여성의 얼굴에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갔다. 시선이 한번을 머무르고 두번, 세번을 머무르는 것이 이상해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이게 웬걸, 지난 면접에 들어왔던 면접관이 아니던가? 무려 나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면접을 어레인지한 직원이었다.


아니 가서 인사를 해야돼 말아야돼


면접을 본지 5일이 지난 회사의 면접관을 언어교환 모임에서 마주친다면, 당신이라면 인사를 할것인가?


내가 떨어진거라면 아는척을 했을 때 저쪽에서 난처한 감정을 느낄테고(물론 나도 난처하겠다)

아직 고려중인거라 할지라도 내게 이런저런 티를 내지 못할테니 그나름대로 또 난처할거고

나의 입장에서 봐도 내 결과가 어찌된것인지, 떨어지면 통보도 안해주는 건지 등 물어보고 싶은게 산더미인데 저사람을 마주했을 때 물어보는 걸 참고 애써 태연한 척, 쿨한 척,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스몰톡을 이어나가야 할터인데 그것 또한 난처했다. 그자체로 참 모순인게 저사람을 아는척한다는 자체가 내 머릿속 한켠에 면접이라는 뚜렷한 인식이 있다는 걸, 지금 내 머리에 면접과 관련된 생각이 통과하고 있다는게 자명함을 뜻하기 떄문이다.


그래서 첫번쨰 마추짐은 그저 흐린눈으로 지나쳤다. 그러다가 얼마 안있어 이번에는 좀더 가까운 위치에서 마주하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저사람이 나를 안봤을리도 만무하겠다 싶어 그저 먼저 다가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굉음의 소리를 내었다.


'어~~~~~?'


놀란듯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까닭을 모르겠다는 무고함만이 가득했다.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아차.. 그냥 내가 아는척 안했으면 몰랐겠구나.


그리고 5초의 정적 후 그녀가 생각났다는 듯이 '와!!' 라고 외쳤다. 다행히 얼굴에는 난처함 보다는 반가움, 놀라움, 와 너무 신기해 등등의 감정이 돋보였다.

그렇게 어색하고도 짧은, 쥐어짜낸 듯한 대화를 몇마디 이어나가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당연히 대화에는 면접의 내용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둘다 최선을 다해 그 언급을 피하려고 하는게 느껴져 민망할 지경이었다. 모르겠다 나만 혼자 고군분투 했을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녀에게 다가간데에는 또다른 마음도 작용했을 성 싶다.

가령, 이런 사적인 자리에서 다가가면 또 다른 인상을 주어 좀 다른 결과가 나올 수있게 되지는 않을까?

마음이 이미 떠난게 아니라 고민하는 중인거라면, 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지는 않을까.

또 여기서 혹시 친해지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

이곳에 내가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함으로써 적극적이고 책임감있는 또다른 면모를 직접 보여주는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찰나에 이런 기회주의적인 생각들이 빛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언어교환 모임이 있고난 뒤 정확히 4일 뒤, 두번째 면접통지를 받게 된 것이다.

면접통지 메일을 받고 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때의 만남이 오늘의 메일에 몇퍼센트의 영향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 2번째 면접 제안은, 나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 마음일까.

일주일뒤의 통보라. 갖기엔 애매하고 놓치기엔 아쉬운 듯한 느낌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제발 그런게 아니길 바라지만 말이다. 혹은 그럴지라도 더 구미를 당기는 다른 지원자가 없어서 그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되거나 말이다.


그나저나 두번째 면접도 중국어로 진행된다고 하니 큰일이다. 분명 첫번쨰 면접 끝날 쯤 '다음 면접을 하게되면 한국어로 할겁니다'라며 내 마음을 설레게(다음이라는 기약, 그리고 내가 날아다닐 수 있는 언어의 자유)했으면서 여러부분에서 기대한바와 다르다.


어서 마음을 추스리고 슬슬 준비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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