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랑하시길

3화 | 에세이

by 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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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시절, 선생님들이 졸업을 앞둔 3학년 전체 학생들에게 수신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2학년 후배들을 위한 편지를 써달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모든 입시가 끝난 시기인지라 시간도 있기에 후배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지 고심했다.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1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의 이야기를 적어나갔다. 아래는 내 기억 속 흐릿한 편지 내용을 나름대로 복원하고 보완하여 적은 것이다.


“후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의 1년 선배이자 곧 졸업할 예정입니다. 내년이면 소문이 자자한 고3이 되시는군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특히 고3 시절 많이 힘들었습니다. 공부가 힘들었다고 말하기에는 복합적인지라 쉽게 표현하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힘들었던 가장 큰 원인은 저를 미워했다는 것입니다. 잘 해내지 못하는, 부족한 것투성인 저를 그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온 힘을 다해 미워했습니다. 모든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스스로를 혐오하는, 파멸로 이끄는 생활을 즐기듯이 하며 생기를 잃어가는 저는 입시 기간이 더 길었더라면 아마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이 종이카드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부디 못난 나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거든요. 꼭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긍정적으로 살아주세요. 친구들과 보낼 행복한 시간도 잊지 말고요. 후배님의 고3 시절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편지를 제출하고 나의 담임선생님은 나를 너무 안쓰러워하셨다. 평소에도 걱정하는 마음으로 항상 이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곤 했지만, 특히 편지를 쓰고 난 후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며 슬픈 표정을 지으셨다. 담임선생님이 편지 내용을 공유했는지는 몰라도, 나를 아시는 많은 선생님이 그렇게 내 걱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추후에 대학교에 입학한 후 고등학교를 찾아가서 내가 나름 행복해졌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왔다.


사실 나의 에세이는 10대~20대를 예상 독자로 두고 글을 쓰고 있다. (다행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을 때가 많다.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 아니면 다른 건 다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나는 고등학교에서 많은 것을 놓쳤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한다. 입시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경시하고 외면했다. 입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 수업은 잘 참여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죄송스럽다. 그러다 보니 남는 것이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 가장 공허하고 차갑다. 물론 입시를 통해 배운 점도 많지만, 고등학교에 충실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한다. 참 아쉽다. 하루하루가 참 소중했는데, 나는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편지에도 적은,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격하게 닮고 싶었다. 내가 부족한 점들을 3.14로 시작하는 원주율의 끝없는 소수점 자릿수처럼 발견했기에, 그런 나를 못마땅해했다. 차근히 성장하면 되겠다는 생각보단,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압도해 버렸다. 그렇게 자기혐오와 빠르게, 더 많이 발전하려는 큰 욕심에 스스로를 절벽으로 몰아세웠다. 그렇게 나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완벽주의자인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야기이다. 당연하게도 부족한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가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아주 조금 성장한 나를 뿌듯해하며 잠든다. 이런 태도로 살아가니 몸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 소중한 내 삶을 탐구해 가며 나의 철학을 성립해 나가는 재미가 있어 앞으로의 나날들을 기대하곤 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야기에 자신을 탐구하라는 이야기도 슬쩍 붙인다. 자신을 알아가고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 고3 시절의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고, 실제로 많이 고민하였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고3 시절 중 지금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다.


*대한민국 청소년 10만명 당 11명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하며 내 주변 누군가가 절대 고통스럽게 죽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지냈는데, 비참한 소식을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린 나이에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단념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자신을 좀 위로했다면, 사랑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쓰며 당부한다. 부디 소중한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반드시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