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번에는 어떤 에세이를 쓸지 고민하다가 내가 공모전에 제출했던 에세이 하나를 발견했다. 작년, 많은 사람이 해당 공모전에 경수필(輕隨筆)로 입상하였기에 나는 중수필(重隨筆)로 도전을 해보고자 마음을 먹고 에세이를 썼다. 내가 3주 동안 고민하며 썼던 에세이를 지금 다시 읽어보니, 아주 처참하다. 지금 다시 발을 동동거리며 6개월 전에 제출했던 이놈을 새롭게 뜯어고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두려 한다. 그때는 내가 고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무언가 고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는 점에서 참 다행이다. 내가 6개월 사이에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 아닐까?
아래는 내가 공모전에 최종본으로 제출했던 에세이다. 2가지의 주제 중 ‘다정’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여 작성했다. 전체적으로 만족하지 않지만, 비유는 나름 찰떡같이 사용한 것 같아 뿌듯해했던 기억이 담겨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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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속 사람들은 마치 고요한 겨울날 내리는 가루눈처럼 흩어져 있다. 가루눈은 기온이 매우 낮고 건조할 때 눈의 결정이 서로 부딪혀도 엉겨 붙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 우리가 만지면 뭉쳐지지 못한다. 현대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개인주의가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지만 쉽게 뭉쳐지지 않고 개별적인 존재로 살아간다. 커다란 고통을 겪는 사람들 앞에서도 나의 조그마한 상처가 더 아프게 느껴지게 되었다.
내가 부모님에게 들었던 과거의 사람들은 겨울날 내리는 함박눈 같았다. 함박눈은 가루눈과 달리 잘 뭉쳐지는 성질이 있어 땅에 내려서도 쉽게 하나로 합쳐진다. 그 시절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보면 자신의 상황을 뒤로하고 돕는 게 당연하다는 듯 스스럼 없이 도왔다. 한국의 1970~1980년대 시절 현관문을 열어두어도 큰 걱정이 없었으며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었다. 동네에서 모르는 아이들과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쉬웠고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며 살아갔다. 사람 간의 온정과 유대감이 있었던 과거, 다정했던 그때는 이제 희미해졌다.
기술의 발전은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사람들은 직접 대화하기보단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소통하는 데 더욱 친숙해졌고, 나 역시 그 편리함을 선호한다. 이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지만 동시에 직접적인 관계와 정서적인 교류가 줄어들어 공허함과 외로움을 유발한다.
또한 현대 사회의 경쟁 구조는 사람들이 개인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경제적 불평등, 세대 간 갈등, 성별 갈등, 정치적 양극화 등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면서 다정함이라는 가치는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화하며 다양성이 인정받고, 개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개인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요즘, 다정함이 사라지는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
사람은 먼 과거부터 집단을 이루어 협력하며 생존하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사람들과 신뢰를 형성하고 협력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혼자의 힘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의 부족은 사망 가능성을 약 30% 증가시킨다고 한다. 소속욕구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면 정서적 불안정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은 다정함의 결핍이 다양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
다정한 사회를 되찾기 위해서 나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으로 대규모 복합 시설을 통해서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에 따라 대인관계를 쉽게 맺을 수 있는 소모임을 만들고 지원해 주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만남을 유도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소통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전문가 상담과 같은 방법이 다정한 사회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가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다. 바쁘더라도 안부를 묻는 말과 웃으며 인사하는 행동은 살아가기 힘든 사회 속 사람들에게 한 줄기의 빛이 되어준다. 다정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말과 행동 속에서 발현될 수 있다.
우리는 가루눈처럼 흩어져 살아가고 있지만, 작은 온기들이 조금씩 더해진다면 다시 함박눈처럼 함께 뭉칠 수 있다. 고요한 사회에 따뜻한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게 우리 모두 조금만 포근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