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선택했다

에세이

by 이태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끝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해방감을 만끽한다. 신나게 놀려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으며 괴롭히는 시험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대학교에 오면 또다시 더 진화해 버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만날 수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의 시험과 고등학교 시험은 결이 다르다. 보통 고등학교 시험을 암기식 시험, 대학교 시험을 응용·종합적 능력 시험으로 평가하곤 한다. 나는 대학교 시험 방식이 마음에 든다. 무언가를 학습하는 건 단순히 암기하는 것보다, 배운 내용을 서술하고 응용하며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 AI가 등장해 버린 것이다. 특히 글쓰기의 경우,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면서 누구나 글을 그럴듯하게 잘 쓰게 되었다. 여기서 나의 고민이 생겼다. 너도나도 이 똑똑한 친구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는데, 나 혼자 활용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준비해도 낮은 점수를 받을까 봐 걱정되었다. AI를 사용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몇 달간 고민한 끝에 나는 AI를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결심했다. 내가 직접 고찰해 보고, 직접 글을 써보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 대학에 다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물론,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장학금이나 각종 행사, 사업 지원에 유리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과거보다 훨씬 더 나은 차원으로 발전하겠다는, 능동적인 주체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입학한 대학이다. 나의 몸과 뇌에 미안하지만, 나는 편함보다 불편함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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