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잖아

에세이

by 이태민

어제 첫눈이 내렸다. 하늘에서 밀가루를 뿌리는 것 같은 고운 눈이 참 예뻐 보였다. 멍하니 내리는 눈을 보며 드는 생각들이 여럿 있었다. 그 생각들을 정리해 보니, 눈이 가진 장단점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우선 장점이다. 미적으로 눈은 아름답다. 겨울이 가진 포근한 낭만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요소가 아닐까? 흰 가루가 덮은 자연은 멀리서 바라보면 참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가루를 뭉쳐 눈사람을 만들고, 요즘 유행하는 눈오리도 만들 수 있다!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뽀득뽀득 소리는 발걸음을 귀엽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이제 단점이다. 우선, 출퇴근처럼 이동하는 일에 문제가 발생한다. 차가 막히거나, 각종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길을 걷는 상황에선,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게 된다면 빙판길이 되어 자주 넘어질 수 있다. 눈 위에서 탭댄스를 추거나 김연아 선수에 빙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눈으로 인해 어떤 장소로 들어갈 때 눈을 다 털고 들어가야 하는 과정도 존재하여 귀찮을 수 있다.

그런 말이 있다. 눈을 보며 좋아하면 어리고, 싫어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처음엔 좋아하다가, 점점 눈으로 발생하는 미래의 일들이 두려워 눈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중간 지점의 나이라는 걸까? 아무튼, 장단점이 분명한 눈이지만, 난 아직 이상하리만큼 미워할 수 없는 것 같다. 눈이 가진 낭만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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