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행복에 관한 방정식

by kyo
0. 행복함을 느끼는 일상의 방정식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함의 총량을 아주 단순화시켜 정의해보자면 위와 같을 것이다.


행복함 = ∑일상의 단면들(A) X 각 단면에서 느끼는 행복함(B)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과 그것들로부터 느끼는 행복감의 총량이 결국 내가 느끼는 매 순간의 행복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하고 있는 일, 다니고 있는 회사, 함께하는 친구들, 연인, 가족, 취미, 건강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안정감을 느끼는 나의 일상, 그리고 행복함.

위 방정식에 따르면 요즘 나는 행복한 편이다. 모든 것이 제약되어 있기에 희열을 느낄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했던 2020년이었지만 그래도 소소한 행복들로 이루어진 나의 일상에서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에 다니는 덕에 조금은 늦게 일어나도 일부러 출근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먼저 와있는 부서 동료들과 함께 회사 근처 카페에 가서 맛있는 라떼 한잔을 사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눈다. 그날 예정된 여러 회의들에 참석하거나 주관하고, 유관부서에서 보내오는 메일들을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시간. 집에 오면 밤 8시나 9시 정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시간을 때우기에 좋은 비디오들을 감상하다가 밤 11시가 넘으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웹툰을 보고, 그렇게 잠이 드는 하루.


주말에는 방청소를 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밥을 해먹기도 하다가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나가서 먹기도 한다. 밤엔 집에 쟁여둔 다양한 술들 중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잔, 두 잔, 마시기도 한다. 주종은 맥주나 와인, 위스키 위주로.


참 안정된 일상이다. 작은 행복들이 모여 평균 이상의 행복함을 느끼는 나의 일상을 구성한다.


2. 그럼에도 불안함을 느끼는 요즘

그럼에도 늘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 행복이, 이 안정된 삶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이 회사에서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쭉 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진정 하고싶은 것일까? 매우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지금의 소득을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 시간들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마음속 싶은 곳에서는 당연히 A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사라질 수 있고, A로부터 느끼는 행복함 B도 줄어들 것이라고 사실은 확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의 회사를 평생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있는 일도 언젠가는 그만두어야 할 것이고, 친구들도, 건강도...


지금의 이 행복함도 몇 년 전에 느끼는 행복감과는 다른 A와 B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것이니,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행복함의 총량도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있다.


3. 결국 중요한 것은 행복의 지속가능성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내가 지금 느끼는 행복한 일상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하는 것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지금의 일상 자체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행복함의 총량의 지속가능성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지속가능성을 이루기 위해 글을 시작하며 정의한 행복함의 방정식에 상수 C를 추가해봤다. AXB라는 방정식의 변동성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상수 C를 발굴하는 것이 그 시작일 수 있겠다.

행복함 = ∑일상의 단면들(A) X 각 단면에서 느끼는 행복함(B) + C


예를 들면 내게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작은 습관들일 수 있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 잘 꾸며진 나만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행복함을 상수로 가져갈 수 있게 청소의 습관화, 주기적인 인테리어에 변화를 줘본다거나. 혹은 A의 한 요소인 고정 소득이라는 것을 투자활동을 통해 지금 하는 일이나 직장의 불안정성과는 상관없이 여유로울 수 있는 자산을 축적한다던가.


이에 더해 중요한 것은 아래와 같이 가장 큰 변동성을 가지는 AXB의 조합에서의 변동성을 줄이거나 지속가능할 수 있는 요소들(d)을 발굴하여 적용하는 것일 수 있다.


행복함 = d(∑일상의 단면들(A) X 각 단면에서 느끼는 행복함(B)) + C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일상의 단면들(A)을 잘 발굴하고, 그것들을 통한 행복함(B)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총체적인 변수를 잘 정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것들은 결국 내가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지 않을까 한다. 변동 가능성이 큰 미래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가치관, 삶의 태도.


+ 어쩌면...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정체성, 흔들리지 않을 가치관이 명확하게 정립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의 행복함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서 미래의 가변상으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기업들을 평가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등장한 지도 어느새 십여 년이 되어간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 단어가 주는 세련됨으로 인해 여기저기 많이 사용되며 추상적으로 소비되다가, 요즘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보다 명확히 정의되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라고 불리고 있다.


이처럼 나의 행복함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위 방정식의 d라는 요소를 정의해나가는 것이 결국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어렵지만 해내야 하는 숙제. 고정된 답이 없는 열린 결말을 가진 문제.


부디 2021년은 나만의 행복 방정식을 정의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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