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점

by 건강한 오후

사거리에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뀐다. 차들이 멈춘다. 그 사이를 오토바이들이 헤집고 나온다. 한 대, 두 대, 세 대. 엔진 소리가 겹친다. 배기음이 뜨겁다.


운전석에 앉아 라이더들의 뒷모습을 본다. 붉게 그을린 목덜미가 눈에 들어온다. 겨울인데도 땀이 밴 것 같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오토바이들이 일제히 튀어나간다. 쉴 틈이 없다.


액셀을 천천히 밟는다. 이미 그들은 저만치 앞서갔다. 빨간 배달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저녁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는다. 치킨을 주문했다. 앱을 열고 메뉴를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3초가 걸렸다. 앱에서 라이더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파란 점이 지도 위를 빠르게 움직인다. 그들 중 누군가가 올 것이다.


창밖을 본다.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굵다. 그러나 파란 점은 멈추지 않는다.


소파에 앉아 있다. 따뜻하다. 창밖의 비는 운치처럼 느껴진다. 같은 비가 그에게는 위험이다. 텔레비전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나온다. 셰프가 닭다리를 손질한다. 나는 화면을 보다가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파란 점이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로 접어든다.


젖은 도로는 미끄럽고, 헬멧에 빗물이 고여 시야를 가린다. 장갑이 젖으면 손잡이가 미끄러지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오토바이가 흔들린다. 한여름 폭염에 헬멧은 찜통이 되고, 한겨울 한파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다.


파란 점이 우리 아파트 단지에 진입한다. 배달 예상 시간 3분.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현관으로 간다. 문고리에 손을 얹는다.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연다. 젖은 옷을 입은 라이더가 서 있다. 헬멧을 벗지 않았다. 투명 바이저 너머로 눈만 보인다. 숨이 차 있다. 비닐로 싼 치킨 상자를 건넨다. 나는 상자를 받으며 말한다.


"비 많이 오는데 조심하세요."


그가 멈칫한다. 바이저 너머 눈이 커진다. 그리고 웃는다. 눈가에 주름이 생긴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그 떨림에 놀랐다. 그는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돌아선다. 복도를 걸어간다. 젖은 신발 자국. 나는 문을 닫는다.


치킨 상자를 식탁에 놓는다. 아직 뜨겁다. 30분 전 주방 어딘가에서 튀겨진 이것이 빗속을 달려왔다. 뚜껑을 연다. 김. 냄새.


한 조각을 집는다. 바삭하다. 입에 넣는다. 맛있다.


또 한 조각을 집는다. 천천히 씹는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식탁 너머 빈 의자가 보인다. 텔레비전 소리가 들린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 나는 듣지 않는다.


한 조각을 또 집는다. 그리고 또. 먹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손이 움직인다. 맛이 사라진다. 그저 씹고 삼킬 뿐이다. 이것이 나의 저녁이다. 나는 먹는다. 천천히, 따뜻한 방에서, 혼자.


방 안의 고요가 무겁다.


이 시간도 결국 나 혼자 채워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무엇으로? 시간도 그렇게 식어가는 것일까.


창밖을 본다. 비가 여전히 내린다. 저 아래 어딘가에서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닐 수도 있다. 나는 혼자 앉아 있다. 그는 지금쯤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그의 30분과 나의 30분.


같은 시간, 다른 무게. 그는 오토바이 위에서 신호등을 세고, 나는 소파에서 파란 점을 본다. 비를 맞는 그와, 비를 보는 나. 움직임과 기다림.


배달되지 않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시간이다.


그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면, 나에게는 시간이 남아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자유롭지 않다. 그는 멈출 수 없고, 나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시간을 멈추면 수입이 멈춘다. 아프면 안 되고, 쉬면 안 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다음 날 저녁 배달 앱을 켰다. 혼자 요리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정직하게 말하면, 그를 다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 앞에 서 있는 누군가를.


메뉴를 고른다. 결제 버튼을 누른다. 3초. 파란 점이 나타난다.


창밖을 본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 날씨가 좋다. 그러나 파란 점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멈추지 않는다.


나는 소파에 앉아 파란 점을 본다. 그리고 기다린다.


초인종이 울릴 때, 나는 이번에도 말할 것이다. "조심하세요." 그것이 그의 하루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말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니까.


같은 신호를 기다리지만, 같은 시간을 살지 않는다.


그도 한계 안에 있다. 오토바이 위에서, 빗속에서, 신호등 앞에서. 나도 한계 안에 있다. 창문 너머에서, 차 안에서, 소파에서.


배달되지 않은 시간은 계속 흐른다.


창밖 어딘가에서 또 다른 파란 점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배달이 도착하고, 문을 열고, 다시 닫는다. 삼십 초의 대면. 그것이 내가 누군가와 마주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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