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있다. 두 마리의 소가 뿔을 맞댄다. 거대한 몸이 충돌한다. 근육이 떨린다. 뿔과 뿔이 부딪치는 소리는 둔탁하다.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이 충돌은 승패를 넘어선, 생의 가장 원초적인 분출이다.
소들은 밀고 당긴다. 뿔을 비틀고 어깨로 버틴다. 무게가 실린다. 소의 등과 어깨에 새겨진 근육은 평생 짊어진 세월의 무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밀리지 않으려는 저항이 온몸을 관통한다. 고독한 힘이다.
관객들이 있다. 울타리 너머에서 환호하고 숨죽인다. 그러나 모래 위의 소들은 그 소리를 듣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무게와 상대의 무게만이 존재한다. 소싸움은 고독한 분투다.
남강 백사장에서 시작된 역사다. 진주성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고, 농사를 도운 소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금은 진양호 경기장에서 그 전통이 이어진다. 이 싸움은 유희가 아니다. 생존과 위안의 역사다. 소들이 뿔을 맞대는 순간, 그 역사의 무게가 모래 위에 내려앉는다.
한 인간이 본다. 은퇴 후의 삶이 그렇다. 공적인 삶이 끝난 뒤, 홀로 남은 시간. 조용한 일상 안에서 치열한 힘겨루기가 있다. 홀로 식사를 차리고, 홀로 글을 쓰고, 홀로 아침을 맞이한다. 이 모든 것이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느린 소싸움이다.
소는 묻는다. 너는 무엇과 뿔을 맞대고 있느냐고. 세상과 싸우는가, 아니면 너 자신의 무게와 싸우는가. 밀리지 않기 위해 어떤 힘을 쓰고 있느냐고.
틈이 생긴다. 소들이 밀고 당기며 뿔을 비틀 때, 그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긴다. 이 틈이 승패를 결정한다. 한쪽이 밀리고, 한쪽이 전진한다. 일상도 그렇다. 작은 망설임과 작은 포기, 그 틈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소들의 발굽이 모래를 파고들 때마다 흙먼지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흙먼지는 실패다. 동시에 다시 일어서기 위한 도약이다. 은퇴 후 새롭게 글을 쓰는 행위도 이 흙먼지 속의 도약이다.
문장을 쓴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제거한다. 군더더기를 쳐낸다. 간결한 문장은 버팀의 힘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뿔을 맞대고 버티는 자세다.
소싸움은 끝난다. 한쪽이 밀리고, 한쪽이 승리한다. 그러나 소들은 다시 우리로 돌아간다. 먹이를 먹고, 몸을 단련하고, 다음 싸움을 준비한다. 승패는 잠시일 뿐이다. 싸움은 지속된다.
일상도 그렇다. 오늘의 버팀이 내일의 좌절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좌절이 내일의 도약이 될 수 있다. 승패가 없다. 중요한 것은 뿔을 맞대고 서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찰나를 본다. 모래 위에서 뿔을 맞댄 소들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내가 멈추자, 소들은 침묵으로 증언한다. 일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서 있는 것, 그것이 곧 분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