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침묵

by 건강한 오후

초전공원에 선다. 초겨울 공기다. 춥다.


메타세쿼이아는 잎을 대부분 내렸다. 색은 떨어졌다. 남아 있는 것은 갈색 가지와 검은 몸통이다. 가지들은 하늘로 뻗어 검은 선들을 긋는다. 그 선들이 차가운 허공을 붙들고 있다.


잎은 과시였다. 색깔은 소란이었다. 화려함은 짐이었다.


나무는 짐을 내려놓았다. 침묵이 단단한 결로 남았다. 비로소 이 나무가 몇 년의 시간을 견뎌냈는지, 얼마나 많은 눈비를 맞아냈는지, 그 무게가 몸통에 새겨진다.


이곳은 한때 쓰레기의 땅이었다. 도시가 버린 것들이 쌓여 지반을 이루었다. 땅은 오랫동안 침묵하며 더러운 역사를 몸에 품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었다. 버려진 물질이 숲의 물질로 바뀌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


공원은 역사의 흔적을 딛고 선 회복의 증거다.


얼마 전 정원박람회의 성대한 잔치는 끝났다. 인공의 화려함, 연출된 미학은 물러갔다. 그 잔재 위로 초겨울의 차분한 빛이 내려앉는다. 빛은 숲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스며들어 그림자를 만든다.


숲은 지금 생략의 미학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도 같다. 직함이라는 잎을 내려놓았을 때, 역할이라는 색채를 지워냈을 때, 몸통의 단단함이 비로소 드러난다. 우리는 무엇을 쥐고 살았는가. 무엇을 버려야 했는가. 버려진 땅이 스스로 숲이 되기까지는 오직 고요한 시간만이 필요했다.


우리가 덜어낸 가지의 틈으로 겨울 공기가 지나간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