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에서 대통령 제도를 가장 먼저 실시한 나라
(이미지 출처 : 뉴시스)
미국은 세계에서 대통령 제도를 가장 먼저 실시한 나라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에 의해 뽑힌 미국 대통령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치·경제, 사회문화 주요 이슈의 한 복판에 서게 된다. 올해 11월이면 8년 동안 미국을 이끌었던(4년, 중임) 버락 오바마를 이어 제 45대 대통령이 탄생한다. 특히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역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미국 : 만들어진 나라’
1783년, 8년 동안의 전쟁 끝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낸 대륙군(Continental Army)의 총사령관 조지 워싱턴은 부유한 삶이 기다리는 고향 버지니아의 농장 마운트 버넌으로 돌아갔다.
당시 미국은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을 모두 가졌지만 완전한 형태의 국가가 아니었다. 13개 주, 그러니까 ‘독립 국가’로서 13개 국가의 ‘연맹’이었던 미국은 결국 1781년 연맹 규약, 1789년 세계 최초의 성문헌법을 통해 연방정부를 출범시키고, 버지니아에 있던 전쟁 영웅 조지 워싱턴을 다시 불러내 만장일치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미국은 왕이나 귀족이 아닌 일반 국민(People) 중에서 대표자를 뽑는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민주국가인 것이다.
‘간접선거’
미국 성조기는 13개의 줄과 50개의 별로 이루어진다. 독립 당시의 13개 주와, 현재 미국의 50개 주를 뜻하는데, 미국은 ‘하나의 정부(연방정부)와 50개의 나라(주권을 보유한 주)’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유럽연합(EU)에 가깝다. 국방, 외교, 경제정책을 제외한 많은 영역에서 각 주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미국이 택하고 있는 독특한 선거 시스템이 바로 간접선거이다.
국민이 직접 투표로 뽑을 수 있는 것은 매 2년마다 있는 선거에서 하원의원 전체(각 주의 대표, 인구수에 비례하여 435명 선출, 2년 임기)와 상원의원(국가를 대표, 50개 주마다 2명으로 총 100명 선출, 6년 임기)의 1/3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통령은 간접선거를 통해 뽑게 되는데 이는 50개 주마다의 성향을 반영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 즉 각 주의 독립을 보장하는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 대선 제도’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 길을 도식화하면, “① 예비후보 등록 → ② 예비경선 → ③ 전당대회(전국 당 대회) → ④ 선거인단 선거 → ⑤ 대통령 당선”이다.
① 예비후보 등록
미국 태생 시민, 35세 이상, 미국 거주 14년 이상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 혹은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여 대세감을 조성하여 각 당에 입후보한다.
② 예비경선 : 2월 ~ 6월
각 당의 예비후보자가 공식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이다. 각 당별로 예비후보자들은 아이오와주에서 시작하여 총 50개 주마다 예비경선을 시행한다. 여기서 확보되는 것이 대의원(Delegates)인데, 각 주별로 대의원 수가 할당되어 있고 주별 예비경선에서 승리한 예비후보가 대의원을 독식하는 형태이다. 주마다 예비경선의 방법이 다른데, ‘코커스’(Caucus, 당원대회, 23개 주에서 시행, 당원들끼리 공약 등에 대해 토론 후 공개 투표)와 ‘프라이머리’(Primary, 예비투표, 27개 주에서 시행,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로 나뉜다. 대의원의 총 숫자는 민주당 4,764명, 공화당 2,472명이다. 예비경선을 통해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한 예비후보가 승리한다. 3월 첫 화요일에는 13개 주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가 열린다. 여기서 판세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이라고 한다.
③ 전당대회(전국 당 대회) : 7월 ~ 8월
예비경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예비후보’를 각 당의 대통령 및 부통령(러닝 메이트)의 ‘공식 후보’ 로 지명하는 전국적인 행사이다. 이후 공식 후보들은 11월 선거까지 전국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한다.
④ 선거인단 선거 : 2016년 11월 8일
간접선거를 채택한 미국은 유권자(선거권을 갖춘 일반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대통령을 뽑을 ‘선거인단’(Electors)을 선출하여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선출한다. 각 주마다 유권자(국민)가 민주당 혹은 공화당에 투표를 하고, 여기서 높은 득표율을 차지한 당의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Unit Rule System, Winner-Takes-it-All)한다.
단, 네브래스카주와 메인(Maine) 주의 2개 주에서는 독식이 아니라, 득표율에 비례해서 선거인단을 확보한다. 선거는 11월 첫 번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시행한다. 선거인단의 숫자는 총 538명인데, 각 주의 하원 의원수 435명, 컬럼비아 특구(워싱턴 D.C.) 대표수 3명, 상원 의원수 100명의 합이다. 538명의 과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승리한다.
⑤ 대통령 당선 : 2016년 12월 9일
선거인단 선거에 의해 실질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이다. 각 당의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이 각 주의 주도에 모여 ‘직접’ 대통령을 뽑는다. 확보된 선거인단은 예외 없이 해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 선거는 12월 두 번째 수요일이 지난 후의 첫 월요일에 시행한다. 헌법상 임기는 4년이고, 2번까지(중임) 가능하다.
남은 이야기들
✓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주는 캘리포니아의 54명. 노스다코타, 버몬트 등은 3명이다.
✓ 50개 주 중에서 상위 12개 주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281명을 확보할 수 있다. 즉 38개 주에서 패배해도 대통령에 당선된다.
✓ 간접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국민)에게 표를 많이 얻었어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진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역사상 5번 있었는데, 2000년에 앨 고어 후보가 48.38%의 유권자 득표율(부시 47.87%)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을 266표 밖에 확보하지 못해 271표의 부시에게 패배했고, 가장 최근에는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48.2%의 유권자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227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46.1%의 트럼프 후보(304명 확보)에게 패배했다.
✓ 통상적으로 50개 주는 민주당 혹은 공화당으로 정치적 성향이 쏠려 있다 (Red vs. Blue). 예를 들어 텍사스주는 1980년부터 공화당만을 지지하고 있고,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성향(1992년부터 계속 지지)이다. 남부의 주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서부와 동북부 주들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결국 선거 때마다 왔다 갔다 하는 주,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s)의 결과가 대통령 선출을 좌우한다. 대표적 경합주는 AZ 애리조나 (11), FL 플로리다 (30), GA 조지아 (16), MI 미시간 (15), NC 노스 캐놀라이나 (16), PA 펜실베이니아 (19), WI 위스콘신 (10), NV 네바다 (6)의 8개 주이다.
✓ 2000년 플로리다 선거에서는 부시 2,912,790표, 고어 2,912,253표, 즉 537표 차이로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의 선거인단 25명을 독식했다. 537표의 절반, 그러니까 고어 후보가 단 268표만 더 얻었더라면 미국과 세계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 190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24년 동안 공화당(보수 성향)이 64년, 민주당(진보 성향)이 60년간 대통령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