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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Mar 14. 2016

김석류 아나운서 (2010)

대한민국 야구 여신


온 나라의 스포츠는 ‘8개 구단의 야구’로 집중되는 것 같아서 야구팬으로서 다른 스포츠팬, 혹은 잊히는 중인 타 종목의 프로선수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생긴다. 8개 구단의 4 게임을 모두 중계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방송 3사는 케이블 채널에서 모든 게임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하여 방송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는 야구’, ‘하는 야구(난 회사의 야구 동호회 회원이다, 중견수에 1번 타자를 주로 친다)’ 모두를 즐거워하는 나로서는 연일 계속되는 HD 야구 중계가 더없이 기쁜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 아저씨의 대표적인 스포츠, 20~50대 아저씨들이 굳게 성벽을 친 그곳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김석류 아나운서(1983. 8. 25 ~ )」는 예의 발랄함과 친근함으로 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여신(女神)’이라는 칭호를 아끼지 않았고, 야구 선수들조차 친동생처럼, 친누나처럼 따랐다고 한다.



서론이 장황하지만, 2010년 8월 22일은 김석류 아나운서의 마지막 방송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본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 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말 그대로 ‘탱탱’ 부은 김석류 아나운서의 두 눈이었다. 얼마나 부었는지 왼쪽과 오른쪽 눈은 크기가 달라져 ‘짝눈’이 되어 버렸고, 눈 부분에는 제대로 메이크업을 하지도 못했다. 생방송을 망쳐 버릴 수도 있는 그녀의 얼굴.


내내 젖어 있던 그녀의 눈은 방송의 마지막 부분, 시청자 선물로 주는 야구 글러브와 그녀의 그 책 「아이 러브 베이스볼」를 소개하는 그 시점에는 완전히 ‘물빛’이 되어 버렸다.


“매일 밤 이 시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어떠한 말로도 감사한 마음, 아쉬운 마음 표현 못할 것 같아서 늘 하던 대로 인사드려야 될 거 같네요. 좋은 꿈 꾸세요. 아이 러브 베이스볼.”



뉴스를 보니 미니홈피에 심경을 남겼단다.



2010. 8. 22. 05시 27분.


“혹여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마지막 방송 잘 마무리해야 할 텐데 벌써 눈물이 나오니 어쩌죠…”



그 새벽을 하얗게 지새우며 글을 남겼겠지.


1983년생이고, 4년을 진행했다고 하니 스무 살의 그녀에게 가장 큰 기억인 그 시공간을 떠나는 그 심정은 온통 ‘물빛’이겠지. 작은 것 하나하나가 소중한 조각조각이 되어 그녀만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을 것이다. 주로 아쉬운 색깔들이 많을 것이다. ‘좀 더 즐기면서 잘할 수 있었는데, 즐겁고 행복한 감정들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걱정 따위는 잠시 접어 두고…’


아이 러브 베이스볼의 열성팬도 아닌, 김석류 아나운서의 광팬 아저씨도 아닌 나 역시

이 늦은 밤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그녀의 스무 살이 되어...


수많은 남성성과 마초들과의 다툼의 시간, 그 장벽들을 넘고 넘어서 온 조그마한 언덕에서 

다시 내려갈 혹은 미끄러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녀 입장에서 뒤돌아 바라보면 무엇이든 아쉽지 않은 게 있을까, 구라도 스무 살을 생각하면 온통 아련한 ‘물빛’. 이렇게 쉽게 끝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석류 아나운서가 향후에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지면서, 그 선택이 어떤 것이든 응원하고 싶은 팬심이 생긴다.



지금 밖에는 투명한

물빛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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