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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Jan 12. 2022

냉장고는 가구인가, 가전인가?

냉장고로 살펴 본 경영전략 이야기

[Ch. 1] 전략의 정의 (Definition)

 

 19년 직장 커리어 절반을 전략 관련 부서에서 보냈다. 2006년 SK텔레콤 경영전략팀에 공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서 지금까지도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고민해 왔다.


  누군가가 전략에 관해서 물을 때마다, 전략의 본질은 지루함(tedious)을 견디는 것이라 이야기해왔다.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인 1% 화려함을 드러내기 위해, 99%의 루틴과 반복, 뿌옇게 흐린 시공간을 지내야만 한다. (그 과정을 거치고도 답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님이 쓰신  『일의 격』에서 유사한 글을 발견했을 때 너무 기뻤다.




  그렇게 점잖게(?) 나의 천박한 지식과 불안한 경험을 이야기해도 질문자(통상 후배 or 주니어)가 물러서지 않을 때,  “에이! 그러지 마시고, 전략에 관해서 좋은 이야기 좀 해 주세요.”라고 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전략(starategy)은 전술(tactics)과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시간, 규모, 수단(key result)과 목적(objective)의 관점에서 둘은 달라야 하고, 이것의 차이를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의 Product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to) 제공하느냐이고, 한 문장으로 줄이면 서울대 경영대학 박철순 교수님께서 《경영전략》 수업 시간에 말씀해 주셨던 이야기, 즉 ‘전략은 Battle fields에 관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마땅한 책이 없었다. 전략 관련 추천 도서도 FAQ였는데, 9권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중 한 권을 꼽으라고 하면, 13판까지 나와 있는 장세진 교수님의 『경영전략』이었다.



  학습하는 조직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혹은 그것보다 나 자신과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성공과 미래를 위해서, 이기는 전략을 Ideation 하고 토론하며 부대끼기 위해서, 결국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 경영전략을 팀원들과 이야기 할 때가 많다. 답이 없는 Blurry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러한 치열함이 Winning Strategy로 나와 회사를 이끌어 줄 거라 굳게 믿고 “주경야독”하고 있는 중이다.


https://bcgblog.kr/create-competitive-advantage-with-organizational-learning/



  괜한(?) 욕심으로 구판으로 완독 했던 장세진 교수님 책의 13판을 새로 읽는 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참고 도서를 찾는 와중에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가슴 설레는 구성원을 가진 기업을 꿈꾸며”로부터 시작하는 머리말을 읽으니, 그 옛날 박철순 교수님의 열강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 같다. “필자”라는 말이 너무 반복되는 것을 뺀다면,  가슴 뛰는 명문이다.



  46페이지를 펴니, 원했던 그 내용이 나온다.


  전략이란 용어는 군대에서 지휘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strategos’에서 유래하였다. 군사학에서 전략(strategy)과 전술(tactics)은 어떻게 정의 및 구별하는가? 군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군사학에서 전략과 전술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기간(time horizon)을 중심으로, 전술은 단기적인 의사결정이고 이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바꿀 수 있는 반면, 전략은 중장기 의사결정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또한 규모(scale)에 따라 전술은 국지전 또는 전투에 관한 의사결정, 전략은 대규모 전면전이나 전쟁에 관한 의사결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한 전략이 목적이라면 전술은 수단이다.

  군사학에서의 전략과 전술에 관한 많은 정의 및 구분 중에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경영학에서의 전략 및 전술과 가장 근접한 것은 다음과 같다.

  즉 군사학에서의 전략이란 적과 싸울 때 그들과 싸우는 것이 가능한 여러 전쟁터(battle fields)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전술은 이렇게 결정된 특정 전쟁터에서 적을 이기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적과, 평야에서 계곡에서 바다에서 숲 속에서 싸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자. 이때 군사학에서의 전략이란 이런 여러 전쟁터, 즉 평야, 계속, 바다, 숲 중에서 실제로 싸울 전쟁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기업전략(corporate starategy)은 “어떤 산업이나 시장에 참여할 것인가?(which industriesor markets should we be in?)”에 관한 의사결정으로 한 기업이 참여하는 시장, 즉 사업 영역(business boundary)을 결정하는 것이다. (…)

  사업전략은 “기업전략에 의해 결정된 산업 및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how should we compete within a given industry or market”에 관한 의사결정으로서, (…) 흔히 사업전략을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이라 부르기도 한다. (…)

  따라서 본서에서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기로 한다. “제품, 고객, 그리고 주요 운영방식에 관한 일관된 의사결정의 집합”




[Ch. 2] Strategic Innovation

 

 『전략과 경영자』 의 318 쪽에서는 London Business School의 Constantinos Markides 교수의 1997년 “Strategic Innovation” 논문이 언급된다.


  누가(who), 무엇을(what), 어떻게(how), 그리고는 사업을 재정의함으로써 혁신적인 전략을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고 제안한 내용이다.



냉장고는 가전인가, 가구인가?



  음식물 저장이나 보관을 위한 가전사업이라고 정의할 때의 냉장고는 위생, 청결을 생각해야 한다. 음식물 튀기는 것을 쉽게 닦을 수 있도록 코팅된 재질의 강판을 쓰고, 냉동과 냉장 기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절전이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에 냉장고가 만약 가구라면?


  주위의 가구들과 조화가 필요하다. 워킹맘이라 일에 바쁜 우리 아내조차도 우리 집 DIOS 냉장고를 가리켜 “ 튀어나와 있는  너무 보기 싫어. 지금 당장 버리면  , 여보??? 아니다담에 이사 갈  냉장고는 반드시 바꾼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Strategic Focus와 함께 Target Segment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동일한 사업이라도 
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제품 및 고객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 운영방식 
즉 전략이 달라진다.





[Ch. 3] LG전자 냉장고 사업 제안(?)

 

 SK텔레콤 전략기획실에 있을 때, Deal Team의 성공적인 하이닉스 인수와 PMI가 사내에서 회자되던 시절, 전략기획실장님과 긴 점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실장님과 함께한 참석자 대여섯 명과 아래 대화를 주고받았다.



  “창규, 너는 우리나 그룹이 만약 추가로 M&A 한다고 하면 어떤 기업이 좋을 것 같냐?”


  “그룹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저는 통신이랑 미디어 쪽만 팠으니까요. 저라면... 음... LG전자요? 그중에서 단말사업부는 삼성전자나 Apple 대비로 게임 끝난 것 같아 필요 없을 거 같고, 가전사업부가 탐 납니다. 우리 SK그룹이 2011년 3조 4천억에 하이닉스 지분 인수했고, LG전자 시가총액이 많이 빠져서 10조 원 대 초반이니까, 같은 돈 수준이면 인수 가능하지 싶은데요.”



  “LG전자를 대체 왜 사야 하냐? 가전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Commodity 아냐?”


  “가전  자체로만 보면 완전 Commoditized 됐죠. 그런데, SKT 하려는 IoT 통신 장비만 가지고 나요? 사물인터넷이라면 말 그대로 사물을 연결해야 하는데, 연결할  가장 Value 높을 것이 가전인  같아요. 예를 들면 홈쇼핑이나 T-shopping 같은 컨셉 하에서 TV 말할 것도 없고, IPTV와의 Companion App.으로서 TV 사용성을  올려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냉장고는 가족의 ,  자체 아닌가요?”



  “냉장고? 이미 게임 끝난 거 아냐? 크기나 일부 성능 말고 차별화할 게 뭐 있는데?”


  “아니죠. 물론 TV 크기나 침대 등의 가전 혹은 가구로 그 집의 평형 수나 가구 특성을 계산해 낼 수 있겠지만, TV는 누가 보는지 몰라요. 엄마가 보는지, 할머니인지 중학생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시청률 조사 어떻게 하는지 아시잖아요. 그거 적게는 1천 가구, 많아봐야 3~4천 가구를 아날로그 식으로 조사해요. TV를 켤 때 별도의 단말기에 Demographic 정보 입력하게 해서 조사하는 것으로 5천만 명의 시청률을 추정합니다. 옆으로 샜네요. 죄송합니다. 근데, 냉장고는요. 달라요.”



  “뭐가 다른데?”


    “냉장고는 가전이 아니라, 가구라 하더라고요. 말씀처럼 성능이나 크기, 냉장고 용량(리터) 표준화되어 보여줄  없죠. 가격도  무거운  낑낑대면서 집까지 무료 배송해 주고 스마트폰 보다도 쌉니다.


  냉장고는 외형이 중요해서, 예를 들면 와인색 냉장고는 확률 90% 강남 좋은 아파트일  같아요. 무채색이 일반 아파트, 흰색은 통상 저소득 가구. 만약 스마트폰 카메라 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가형 & 온도에  버티는 센서로 냉장고에 넣고 IoT 연결하면 이건 완전 다른 세상입니다.


  예를 들어 우유가 있으면  집은 학생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김치통이 항상 정해진 자리에서  움직이면 높은 확률로 외출이 잦은 1 가구이거나 바쁜 워킹맘 가정이죠.


  그 두 가지는 냉장고 크기로도 구분 가능하고, 더불어 품목까지 바코드 스캔이 가능하다면, 그러니까 냉장고에 물품 넣을 때, 마트처럼 바코드 스캔하면, 이건 Lifestyle 그 자체 아닌가요? 냉장고 관련된 10가지 정도 변수 혹은 물품을 본다면 그 가정의 생활 패턴과 구매 습관 등을 95% 신뢰구간으로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10년 전 식사였기 때문에, 그 후의 대화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이후로 나 역시 생각을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묻어 두었다. 박철순 교수님 책을 보니 옛날 생각이 불현듯 든다.




  현재 시점으로 시간을 당겨서,
LG전자가 팔고 있는 가전 중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이미 스마트폰은 접었다.)


  100인 100색의 답이 나올 텐데, 


Simply speaking 나는 냉장고라고 생각한다. 



  Logic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사할 것 같은데, 카메라나 IoT 센서 혹은 사물 인식(Amazon Go! 사례), Pattern Recognition 등 A.I. 나 Big data 기술이 100배는 발전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의 총합인 전자상거래의 발달은 눈이 부실 정도다. 그 관점으로 확장해 보자면 냉장고는 가전이 아니라 Lifestyle 그 자체다. (게다가 LG U+라는 훌륭한 계열사도 가지고 있고, TV랑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1, 2등을 다툰다.)


  냉장고를 잘 보자! 그 안에 IT 생태계의 모든 전략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하얀 도화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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