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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Mar 06. 2022

리뷰 : 플레이 (넥슨 사람들 이야기)

“우린 게임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우리 자체가 게임이었지.”

  역삼동 성지하이츠Ⅱ 2009호에서 시작해서, 3N(Nexon, NC soft, Net marble)으로 불리며 세계 최초와 최고를 만들어 내고, 게임 산업의 심장 일본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고, 또 극적인 사건으로 선장을 잃게 된 넥슨 사람들 이야기.


  넥슨의 성공 비결을 “바깥으로 성장하려는 원심력과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구심력의 균형”, “신규 개발과 라이브 개발(운영) 사이의 균형”, “창의성과 효율성 사이의 균형” 등의 [균형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선 문장과 그림이 좋다. 좋은 만화나 무협지처럼  읽힌다. 


  ▲경쟁사 대비 높지 않은 보상(연봉/보너스)과 느슨한 조직 문화 사이에서 어떻게 넥슨이라는 거인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창업 초창기에 넥슨이 어떻게 한국 웹에이전시 최고봉에 올랐는지(“오피스텔이란 독특한 부동산 상품이 벤처의 요람이 됐다면 웹에이전시라는 반짝 시장이 벤처의 젖줄 역할을 해 준 셈(p. 68))”, 김정주라는 초인이 한쪽 눈으로 현재를 보면서 다른 눈으로는 미래를 보며 어떻게 업적, 조직적 긴장감을 조이고 풀어냈는지,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M&A를 통해 김정주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는지, 넥슨의 큰 형님과 행동 대장, 전략가와 관리자, 마법사와 슈퍼 천재, 외교관과 살림꾼, 혁신가와 사회자는 어떤 흐름으로 넥슨이라는 배에 올라타고 내리고 또다시 승선하게 되었는지를 생동감 넘치게 서술한다.


  게이머끼리 서로 공격하고 죽일 수 있는 PK(Player Kill)를 둘러싸고 〈바람의 나라〉가 〈리니지〉 대비하여 왜 너무 착한 방향을 고집했고 그랬기에 너무 비현실적이 되었는지도 차분히 설명되어 있다. (“정상원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고, 송재경은 세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p. 102))




 “(김정주, 송재경, 김상범 입장에서)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은 무모했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진부했다. 결국 게임이었다. 우선 재미가 있었다. 세 사람은 게임을 하고 게임을 만들고 게임을 깔았다.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교수도 자기가 만든 멍석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까지는 몰랐다. 그의 제자들은 이미 게임을 선택하고 있었다. 어쩌면 게임이 그들을 선택한 것인지도 몰랐다. (pp. 42-43)”


 “시장에 맞서는 인간은 종종 합리적 선택에 숨고 싶다. 정작 사업은 논리와 비논리를 넘나드는 종합적 행위다. 시장 논리에 충실해야 하지만 시장 밖 비논리까지 이해하지 못하면 큰 기업을 일으키긴 어렵다. 사람은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크지만 언제나 세상이 더 크다. (p.95)”



  2015년 발간되어 많은 쇄를 찍지는 못하고 절판된 듯하지만 알라딘 중고 서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유사한 책인 『크래프톤 웨이』와 비교해서 읽는 것도 흥미롭겠다. 직장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미”있게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



  “게임을 만들었지만, 그 자체가 게임이었던” JJ 김정주 회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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