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의 과잉 vs. 소설가적 성취 중의 그 어디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에서는 모호한 단어를 겹겹이 쌓아 올려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가장할 수도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헤세는 도스토옙스키와 달리 얄팍하다.
『데미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한 분위기만 풍기는 빈 깡통이다.
아무래도 『데미안』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인용하기 좋은 명문장이 많이 나와서인 것 같다. 물론 세상에는 자기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중년 여성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아주머니라도 아들 친구를 유혹하면서 “나는 선물을 주지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하고 말하지는 않으리라. 어떻게 소설가가 제정신으로 그런 장면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