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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12. 2019

겨울에서 다시 여름으로; 호주워킹홀리데이의 시작

워킹홀리데이 이야기#3

마침내 호주로 도착했던 날 역시 듣던 대로 호주의 하늘은 맑았고 태양은 뜨거웠다. 당시 내가 가진 돈은 150만 원이 전부였다. 호주로 떠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 혼자의 힘으로 오롯이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2천만 원에 달하는 3년 치의 학자금 대출을 갚을 돈을 벌어 오기 위해서.


어느 도시로 가야 할까? 사실은 가장 고민을 어렵고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내가 도시를 고른 기준은 한 편으로는 매우 간단했고 지금 돌아보면 아주 어리석었다.


한국인이 적을 것


 한국인이 없는 곳을 찾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대도시는 탈락이다. 대도시에는 한국사람이 너무 많다. 호주는 그 거대한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가 매우 적은 편이다. 호주의 면적은 한국의 70배가 넘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이 채 안된다. 통계청의 자료를 기준으로 호주의 2018년 기준 인구는 2,400백만 명이다(이것도 근래에 이민자들로 인해 인구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결과이다). 이렇게 인구가 적다 보니 호주 정부는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2016년에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 인구의 4분의 1이 해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민 1세대가 호주 인구의 4분의 1이라니! 2세 그리고 3세까지 생각하면 호주가 얼마나 다민족 국가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브리즈번에서 열린 어느 작은 음악회


시드니를 가보면 도대체 내가 지금 아시아의 어느 도시에 와있는지 호주의 도시에 와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중국인과 한국인들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이 많이 보인다. 결국 작은 도시로 눈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선샤인 코스트 Sunshine Coast 라는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선샤인 코스트는 브리즈번 Brisbane에서 2~3시간가량을 차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퀸즈랜드 Queensland의 해안지역이다. 과장이 조금 섞여 있겠지만, 선샤인 코스트는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이 맑은 하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날씨가 좋다는 것이다. 선샤인 코스트에서도 호주의 부유층들이 은퇴한 후에 여유로운 삶을 위해 모인다는 누사 Noosa 라는 동네로 떠나기로 했다. 누사 헤드 Noosa Heads 라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작고 조용한 동네다. 아직도 나는 가끔 눈을 감고 누사에서 생활했던 내 모습과 내 주변의 풍경들을 생각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 기억 속에 누사는 그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있다.

 

브리즈번 근교의 브라이튼 비치


떠날 곳을 정했으니 호주의 어느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애나 Anna 라는 이름의 호주인과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애나의 숙소는 내가 원하는 조건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녀가 1980년대에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시에 학생들이 시위를 할 때마다 최루탄 가스가 난무하곤 했다는 영화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런 우연한 인연(?)으로 애나는 우선 내가 누사에 도착하면 본인의 집에서 임시로 머물며 동네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2번을 갈아타며 마침내 누사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애나를 만났다. 애나는 마르고 키가 큰 금발의 백인이었다. 정확한 나이는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40대 후반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호주에 도착한 첫날 애나의 차를 타고 어느 한적한 해변가에 갔다. 어두 컴컴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해변으로 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말로 황홀한 순간이었다.



Oh my god, Anna, look at those stars. It seems so surreal.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은 별을 본 건 바로 그날 밤이었다.


아,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구나.


나는 아직도 문득, 문득 그날 올려다본 하늘을 생각한다. 첫 번째 밤은 그렇게 낭만적인 설렘을 내 마음속에 심어주고 지나갔다. 다시 애나의 집으로 돌아와 소파가 침대가 되는 마술을 지켜본 후(소파 쿠션 밑에 침대 프레임이 숨어있었다) 그 침대에 누워 나는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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