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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12. 2019

렉 커피 Rec Coffee

일본 카페투어#7

이와세 요시카즈 Iwase Yoshikazu 를 처음 본 것은 17년 도쿄 커피 페스티벌에서였다. 그 이후로는 18년 한국의 코엑스에서 열렸던 WBC World Barista Championship 에서 또 한 번 그리고 후쿠오카 여행 중에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개진 요시카즈까지 총 3번이나 마주쳤다(물론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알지 못하므로 인사를 한 적은 없다. 도쿄 커피 페스티벌에서 마주쳤을 때 후쿠오카의 렉 카페를 참 좋아한다는 말을 건넨 정도의 사이랄까).


후쿠오카는 한국과 참 가까워서 좋다. 비행기로 가면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리니 사실상 부산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우리는 일본과의 항공자유화 협정을 통해 도쿄를 제외하고는 쉽게 일본 도시에 취항할 수가 있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같은 FSC Full Service Carrier 뿐만 아니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등 대부분 한국 LCC Low Cost Carrier 도 취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거리로는 일본 못지않게 가까운 중국에는 대부분 중국 국적의 항공사와 국내 대형 항공사 이외에 LCC들은 거의 취항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이 운수권을 얻기가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17년 도쿄 커피 페스티벌에서 처음 본 이와세 요시카즈



취항하는 항공편이 많고 비행기 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탓에 후쿠오카에는 한국인이 참 많다. 후쿠오카가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점도 좋지만 그보다는 생각보다 훌륭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많은 것도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꼭 가봐야 하는 카페는 바로 이 렉커피 Rec Coffee 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커피가 너무 맛있기 때문에 특히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아리차 내추럴 Aricha Natural 커피가 이 곳에서는 방문 시마다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와세도 나처럼 아리차를 꽤나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렉커피는 현재 후쿠오카에만 매장이 여러 개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매장은 단연 하카타 Hakata 역에 있는 마루이 키테 백화점 OIOI KITTE HAKATA 6층에 위치한 매장이다. 나는 후쿠오카에 간다면 누구나 그 마성의 냄새에 이끌려 반드시 먹게 된다는 엘 포르노 델 미뇽 Il Frono Del Mignon 에서 실시간으로 구워지는 크루아상을 몇 개 사서 렉커피를 방문한다. 커피와 엘 프로노 델 미뇽의 초코 크루아상과 렉커피는 아마 후쿠오카 최강의 조합임에 틀림이 없다. 



렉커피 마루이 키테 하카타점 매장의 모습


특히 내가 이 곳에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바로 아이스 라테. 


우선 이 곳의 아이스 라테를 주문해서 받아보면 가장 먼저 얼음이 적다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몇 개 안 되는 얼음이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카페에서 쓰는 얼음보다는 크기가 크고 더 투명하다(앞서 마루야마 커피를 소개하며 커피음료에서 얼음이 가지는 중요성과 한국 카페에서는 그 점이 잘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렉커피의 하카타 블렌딩이 기본이며 추가 요금을 조금만 지불하면 싱글 오리진으로도 라테를 맛볼 수 있다. 


케냐 싱글 오리진으로 내린 아이스 라테


혹시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야쿠인 Yakuin 의 렉커피 매장을 방문해 볼만 하다. 어느 비 내리던 날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간사이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이 야쿠인 매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렉커피 야쿠인점


이 날은 비가 내렸고 또 날씨가 꽤 쌀쌀해서 자연스럽게 따뜻한 카페 라테를 주문했다. 아직 일본에서는 주문을 하면 직접 커피를 가져다주는 카페들이 많다(요새 한국에서는 대체로 주문번호 혹은 메뉴를 불러주면 손님들이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 대부분인 듯하다). 마침내 주문한 카페 라테를 들고 바리스타가 내 테이블로 왔다. 


그런데 라테 잔에는 에스프레소만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한 손에는 스팀 된 우유가 담긴 피쳐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직접 푸어링 Pouring 을 하며 라테 아트 Latte Art를 시연해주었다. 커피 한 잔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사실 대부분의 카페에서 따뜻한 라테를 주문하면 아트를 그려주지만 이렇게 눈 앞에서 직접 보여준다는 것은 고객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만큼 라테아트에 자신이 있어야만 이러한 퍼포먼스가 가능할 것이다. 



나도 짧게나마 바리스타로서 일을 했을 때 라테아트 연습을 참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게 참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직접 아트를 연습해본 경험이 있은 뒤로는, 이렇게 훌륭한 아트를 만나면 바리스타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훌륭한 바리스타라면 비단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아트를 만들어줌으로써 고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 


예쁜 아트에 감탄하고 그 맛에 또 한 번 감탄하며 커피를 다 마시고 이제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카페를 나가던 찰나, 매장에 있던 남자 바리스타가 급히 뛰어왔다. 나는 그저 바쁜 일이 있나 보다, 하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문을 잡아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내가 손에 짐을 들고 있어 문을 열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서 먼저 나가 문을 잡고 기다려준 것이다.

아, 이런 서비스라니!



너무나도 예쁜 아트를 그려주고 돌아가는 바리스타의 뒷모습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정말 내가 5천 원 남짓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 서비스를 받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니 내가 후쿠오카를 방문할 때 어찌 이 카페를 방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내가 언젠가 나의 카페를 차리게 된다면, 과연 나는 이 정도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음, 가만있어 보자.

솔직하게는, 아마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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