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고통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어릴 때 치과에 대한 기억은
소리 자체도 공포였고
정확히 무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간 그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고통의 기억이었다
얼마 전에 받은 치과 진료
알고서 어떤 처방을 하는지
머릿속에서 숱한 생각을 통해
마음을 다 잡았음에도
그 소리와 익숙하지 않은 고통은
내 몸에 긴장과 공포를 불어넣었다
그때 들린 치위생사의 나지막한 소리
바람이에요
물이에요
어떤 치료인지 알려주는 보잘것없는 메시지였지만
내게는 천사의 음성으로 들렸다
고통이 큰 이들에게는
그런 사소한 배려마저 축복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느꼈다
실금이 간 안쪽 어금니를 마취도 없이 손질한 후
생활치 크라운 치료를 받은 그날
나도 저 간호사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타인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