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그 사람은 혼자였다
누군가에게 그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받는데 익숙하지 못 환경에서 자란 탓일까
그 사람은 아픔을 꽤나 잘 견디는 아이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사람에게 선택지는 잘 견디는 것뿐이었다
아픔을 견디며 내색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헤아리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난 그래서 그 사람을 떠올립니다
우리 모두가 혼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타인에 대한 내면의 슬픔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기 때문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고통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 사람과 많은 걸 공유하고 난 뒤에야 그 사람을 살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나는 때때로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었고 그런 나를 그 사람은 묵묵히 바라봐 주었고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띤 표정을 보여주었지만 난 뒤에서 소리 없는 흐느낌을 참아야 했습니다
혹시 내가 울게 되면 그 사람이 무너져 버릴까 봐
왜냐하면, 난 그 사람이 말없이 내게 웃음을 보이며 감내하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종종 강한 사람을 칭송합니다.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을 어른스럽다거나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거운 외로움과 깊은 상처가 존재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 아픔이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고통이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 두려워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슬픔을 나누고 싶어 집니다.
아픔을 견디는 사람의 고통을 눈치채고도 아무 말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이 가슴을 찌릅니다. 그 사람의 고통이 나의 것이 되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 연민과 슬픔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 사람을 통해서 누군가가 자신의 아픔을 숨기며 버티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눈물짓는 이는 단순히 그 사람의 고통이 가슴 아파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무게와, 그 무게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슬픈 감정의 파고를 불러온 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은 우리를 서로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공감하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 줍니다.
우리는 모두 약한 존재입니다.
그 약함을 서로가 알아차리고 위로하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강함이 발현됩니다.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 그 사람의 모습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그 강함 속에 감춰진 약함을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약함을 품어 안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그 사람의 고통이 나의 눈물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사람의 강함이 아닌, 그 강함 속에 숨겨진 연약함을 향한 공감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