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회사 내에서 '혁신단'이라는 조직이 신설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변화를 주도할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혁신'이라는 단어는 가슴보다 머리로 먼저 다가왔다. 그 조직의 이름에 걸맞게 과연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직장이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금세 해소되었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었다. 문제는 그 인물이 우리 회사의 문화와 특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되었다는 것이었다. 과거 이력에서의 성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그가 우리 조직에 적합한 인물인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조직장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과거에 함께 일했던 이들, 혹은 자신이 신뢰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작은 섬처럼 우리 조직 내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내부 사람들과의 소통은 점차 단절되었고, 그들끼리의 결정이 혁신단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갔다.
그러나 그 결정들은 우리 조직의 현실과는 점점 더 괴리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혁신'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그들의 계획에 따라 일을 해야 했다. 명목상으로는 변화를 주도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저 그들의 의중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내부에서는 점차 불만이 쌓였다. 신임 조직장과 그의 측근들은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할 동기를 점점 잃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내 분위기는 한층 더 악화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혁신단의 목표는 희미해졌고, 조직 내 정치적인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누구는 조직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누구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불안감에 빠졌다. 하지만 결국 이직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혁신은 실체 없는 허상으로 남아버렸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외부의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에 맞는 적절한 변화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이라는 이름이 부여된 조직은 오히려 조직의 분열과 혼란을 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결국 혁신이라는 단어에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혁신은 어디로 갔는가? 혁신은 사람들의 이탈과 함께 사라져 갔다.
결국, 혁신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특성에 맞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