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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생활

무능과 탐욕의 정치

침묵하는 유능함

by Bird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조직이 점차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그들이 권력을 쥐고 흔들며 탐욕스럽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이 가는 길은 명백했다. 권력을 쥔 자들은 조직을 사유화하고, 자신들만의 작은 제국을 세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유능한 사람들의 퇴사를 모른척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과연 맞는 걸까?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처음엔 그저 기이하게 느껴졌다. 조직 내에서 역량 있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그들의 책상은 빠르게 비워졌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이들은 능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들은 그저 흘러가는 흐름에 맞춰 모든 것을 방관했다. 유능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안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무능한 자들은 스스로를 위협하지 않으니까. 능력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탐욕을 드러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였으니까.


정치와 탐욕의 결합


정치는 원래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수단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정치는 달랐다. 그들의 정치는 생존을 위한 도구였고, 그 안에는 개인의 탐욕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된 그들의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의 동맹과 충성심이었다. 그들은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자신이 오래도록 권력을 유지하고, 조직을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다루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유능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점을 찾아내고, 더 나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은 그들에겐 위협이었다. 무능한 자들은 탐욕스러운 지도자에게 도전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지시대로 움직일 뿐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고자 한다. 그들이 기대는 것은 실력이나 역량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해 줄 정치적 동맹이다. 유능한 사람들은 그렇게 보호받지 못했다. 오히려 능력 때문에 공격받았고, 조용히 사라지길 강요당했다.


침묵의 공모자들


더 가슴 아픈 것은 이 현상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그들의 퇴사를 모른 척했다. 조직에서 실력 있는 동료가 사라질 때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그들의 떠남이 당연한 일인 양 받아들였다. 그런 침묵 속에서 탐욕스러운 정치가 더 공고해졌고, 무능함이 조직의 표면을 덮어갔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다. 그들의 침묵은 무능한 권력자들이 계속해서 탐욕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사실 그 침묵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더 큰 목표나 이상이 아닌, 생존이 그들의 선택을 좌우했다. 그러나 그런 침묵이 계속될수록, 조직은 점점 더 무너져 간다. 유능한 사람들이 떠나면 남은 자들은 무능함 속에서 탐욕의 늪에 빠지기만 한다. 이 악순환은 반복된다. 더 나은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은 끝내 지쳐 떠나고, 무능한 자들은 그 공백을 메우며 자리를 지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있을지도 모른다. 권력은 탐욕을 부추긴다. 그리고 권력을 쥔 자들은 그 탐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도 정당화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이 쌓아온 작은 성을 지키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들은 그 성벽을 흔들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새로운 길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길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익숙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런 일은 왜 계속 반복될까? 아마도 변화는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무능한 지도자들이나 탐욕스러운 정치가들은 변화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들이 변화에 맞서는 방식은 자신의 주변을 무능한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욱더 무능한 사람들을 주변에 둔다.


결국엔, 침묵을 깨야 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침묵을 깨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이 무능과 탐욕에 잠식되어 갈 때, 우리는 그저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유능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묵인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 그 무능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탐욕스러운 정치가 득세할 때, 그들의 말에 도전하고 질문을 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조직이 반드시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탐욕이 방치될 때, 그 결과는 뻔하다. 유능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무능한 정치가 계속되는 한 조직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침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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