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받는다는 것에 대하여
나에게 줄 것이 없다
우리는 종종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더 크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받는다는 행위도 크나큰 기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받는 일에 있어서 자꾸만 주저하게 될까? 아마도 어릴 적 경험들이 우리의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오랜 시간 느껴왔다.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받는다는 건, 그 자체로 나를 압박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받는 것은 마치 빚을 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고민해야 하는 부담감이 동반되곤 했다. 그 결과, 받는 것을 피하고 회피하게 되었다. ‘나에게 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자존감을 좀먹었고, 결국엔 받는 일도, 주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나에게 줄 것이 없다’는 생각은 단순히 물질적 가치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서는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 관심과 공감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충분히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간과하게 만들고, 결국 받는 것도 주는 것도 기쁨으로 느끼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받는 것이 불편했던 경험은 어른이 되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도 나중에 이런 걸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받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그때의 기억이 쌓여 어른이 되었을 때 '받는 기쁨'을 잊고 지내게 된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의 선물을 받는 일뿐만 아니라 타인의 호의, 관심, 칭찬을 받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가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것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받는 것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그 자체를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탐색해 나가면서 주는 기쁨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고받는 것은 단순한 물질적 교환을 넘어서는 마음의 교류다. 그리고 그 교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 받는 일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주고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삶의 과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