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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미친 의사들의 가스라이팅

끝없는 치료의 굴레

by Bird

2022년, 전립선염이라는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단순히 몇 주간의 치료로 끝날 줄 알았다. 의사에게도, 병원에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냥 아프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그러나 내게 돌아온 것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한 편의 악몽 같은 ‘의료 자본주의’의 실체였다.


진단 직후, 의사는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내 상태를 설명했다. 마치 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였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큰일 납니다.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불안한 마음이었던 나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는 끝없는 치료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첫 번째 처방은 광범위한 퀴놀론계 항생제였다. 3주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복용하고,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효과는 미미했다. 통증은 여전했고, 상태가 나아지는 느낌도 없었다. 의사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환자분, 이런 질환은 치료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의 말은 마치 내가 게으르거나 치료에 불성실한 사람처럼 들리게 했다.


치료가 길어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간단한 소변 검사에서부터 초음파, MRI까지, 병원은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모든 검사를 실행했다. 매달 지출되는 비용은 몇백만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병원은 내가 질문을 하면 항상 모호한 답변만 내놓았다. "이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더 나빠지기 전에 알아야 합니다." 의사의 말투는 권위적이었고, 나는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24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치료는 고사하고, 내 몸은 약물로 지치고, 마음은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찼다. 의사가 수시로 반복하던 말, "환자분, 잘 따라와야 합니다. 꾸준히 해야 낫습니다."는 가스라이팅이었다. 내 불안을 이용해 의사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치료를 받는 동안, 나는 의사와 병원의 시스템이 나를 돕고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착취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를 "환자"가 아닌 "수익"으로 본 의사의 태도는 이제 돌이켜 보면 명백했다. 필요 이상의 검사를 권하고, 반복적으로 비싼 약물과 치료법을 제시했던 그의 말과 행동은, 결국 돈에 미친 악독한 가스라이팅이었다.


그동안 병원을 다니며 느꼈던 불편함과 불신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었다. 그들은 내 불안을 조작해 치료라는 명분 아래 돈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제 나는 전립선염보다도 더 치명적인 "병원의 탐욕"이라는 문제와 싸우고 있다.


이 수필을 쓰는 지금도 나는 묻고 싶다. 의사에게 환자는 무엇일까?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도구인가?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 질문에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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