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관점의 조직의 진화
요즘 들어 많은 조직에서 비슷한 하소연을 듣는다.
“요즘 신입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이에요.”
“조직보다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하더군요.”
“팀워크를 배려하지 않아 분위기가 깨집니다.”
30년 전이라면 이런 말은 곧 ‘인성 문제’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이건 인간의 진화적 적응 양식이 바뀐 현상에 가깝다.
생존의 규칙이 달라졌다
과거의 인간은 집단 속에서 생존해야 했다.
부족 사회에서 소속은 곧 안전이었다.
따라서 ‘공동체 중심적 인간형’이 자연스럽게 선택되었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 직장 문화는 ‘회사를 가족처럼’ 여기는 충성의 시대였다.
조직이 나를 지켜주었고, 나는 조직에 헌신했다.
하지만 지금의 신입 세대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자란 개인이다.
그들의 생존 환경은 협동보다 경쟁과 자율에 가깝다.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세상을 구성하고,
SNS는 ‘자기 브랜드’를 키워야 살아남는 무대다.
이들에게 공동체는 생존의 조건이 아니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 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직에 ‘소속’되기보다,
조직을 ‘활용’한다.
우리는 그들을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배 세대는 ‘배려’와 ‘희생’을 미덕으로 배웠다.
하지만 신입 세대는 ‘자기 보호’와 ‘자기 존중’을 먼저 배운 세대다.
이들은 타인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계를 침범당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강한 것이다.
그들은 회사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조직이 언제든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걸,
AI가 자신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자라났다.
그래서 ‘공동체적 인간’이 아니라 ‘프로젝트형 인간’으로 진화했다.
한 팀, 한 과제, 한 관계에 깊이 매이지 않는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감정의 무게를 가볍게 유지한다.
세대 갈등이 아니라, ‘인간 진화의 전환기’
결국 우리는 지금,
‘충성의 시대’에서 ‘자율의 시대’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선배 세대의 눈에는 이 변화가 ‘이기심’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생존 전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전략이 아직 ‘조직이라는 집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독립적으로는 탁월하지만, 공동체 안에서는 어색하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그들의 방식에 맞춰 다시 설계될 것이다.
더 투명한 구조, 더 짧은 권력 거리, 더 유연한 경계로 바뀔 것이다.
인류의 진화가 그러했듯이, 조직도 결국 적응하게 된다.
결국, 세대는 서로를 통해 완성된다
신입 세대가 자기중심적이라면,
선배 세대는 여전히 ‘관계 중심적’이다.
한쪽은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알고,
다른 한쪽은 함께 버티는 법을 안다.
서로를 미워할 이유가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워야 할 이유다.
자기중심의 시대에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조직에서 마주한
가장 인간적인 진화의 과제다.
“신입은 변한 게 아니다.
세상이 바뀌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