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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 대기업 그리고 김 부장

그는 성공한 인물

by Bird

웹툰이나 드라마 속에는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김 부장’.


늘 구겨진 셔츠를 입고, 커피는 믹스로 마시며,

“내가 이 회사에서 버틴 게 몇 년인데…”

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


그는 늘 이야깃거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정작 서사 속에서는 희화화되거나 비판의 대상이 된다.

가끔은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로,

혹은 주인공의 성장 대비물로.


그러나 화면 밖 현실에서

서울에 자가가 있고, 대기업에서 부장 직급까지 오른 사람은

이미 통계적으로 성공한 축에 속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나름의 실력, 운, 버티기, 그리고 희생이 필요했던 여정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 김 부장은

그 사실을 좀처럼 인정받지 못한다.


서사가 원하는 김 부장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라 구조를 원한다.


김 부장은 작품 속에서

세 가지 고정된 역할을 맡는다.


구세대의 상징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변화 앞에서 버벅거리는 존재.


주인공의 장애물

성장하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앞을 가로막는

시스템의 얼굴.


결핍을 가진 성공자

돈과 집은 가졌지만

존중, 관계, 의미는 잃어버린 사람.


이런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명확한 감정선을 준다.

웃을 수 있고, 답답할 수 있고, 때로는 불쌍할 수도 있다.

그래야 이야기는 굴러간다.


현실의 김 부장과 이야기 속 김 부장 사이


현실의 김 부장은 그런 이미지를 온전히 짊어지지 않는다.

화해하려 하고, 배우려 하고, 때로는 침묵한다.


그는 성공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산다.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지금 이 자리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나이.


그래서일까.

웹툰 속 김 부장은 웃기지만,

때로는 마음 한 구석을 눌러온다.


그 모습이 완전히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혹은 이미,

누군가의 기준에서 김 부장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김 부장은 질문이다


성공이 무엇인가?

시대는 왜 사람을 남기고 앞질러 가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속도에 언제까지 적응할 수 있을까?


김 부장은 정답이 아니라

시대와 개인 사이에 놓인 질문의 얼굴이다.


그래서 그는

조롱받아도 사라지지 않고,

유행이 바뀌어도 계속 등장한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성공과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처럼.


그리고 어쩌면,

우리 각자 마음속에는

이미 작게 숨 쉬는 ‘김 부장’이 하나쯤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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