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음
인간은 덧없음을 알면서도 열심히 살아간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덧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삶이 영원하다면, 우리는 오늘을 미룰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안다. 몸은 늙고, 관계는 변하고, 결국 이름마저 희미해진다는 것을.
이 인식이야말로 인간을 움직이는 최초의 동력이다.
사람은 의미를 발견하는 존재가 아니라, 만들어내는 존재다.
사랑이 끝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헤어짐을 알면서도 만남을 택한다.
그 짧은 순간이 영원보다 밀도가 높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덧없음은 허무의 이유가 아니라 집중의 이유다.
벚꽃이 1년 내내 피어 있다면 누구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며칠 만에 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아래서 사진을 찍고, 기억하려 애쓴다.
삶도 그렇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연결이다.
인간은 자신이 사라진 이후에도 누군가의 삶에 흔적으로 남고 싶어 한다.
자식에게, 제자에게, 내가 작성한 컨텐츠에
영원한 존재가 될 수 없기에, 영원의 일부가 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열심히 산다.
성공해서가 아니라, 완성해서도 아니라
“나는 이 순간을 분명히 살았다”라고 말하기 위해서.
삶은 덧없다.
그러나 덧없음은 삶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무겁게, 진지하게, 한 번뿐인 것처럼 만든다.
인간은 죽음을 알기에 산다.
그리고 사라질 것을 알기에, 오늘을 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