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시험대
결핍 없는 삶은 인간을 시험하지 않는다.
시험받지 않는 존재는 성장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는 삶은 곧 나태와 방종, 그리고 의미의 증발로 기운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세계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소모만 남는다.
그러나 결핍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진다.
결핍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문을 닫고, 길을 좁히고,
“이건 안 된다” “저건 넘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결핍은 우리의 의지와 자유를 억압하는 감옥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이 두 세계 어디에서도 편안할 수 없다.
충만함 속에서는 이유를 잃고,
결핍 속에서는 가능성을 잃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의지는 풍요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의지는 결핍과의 마찰 속에서만 생긴다.
자유란 선택지가 많을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택지가 거의 없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을 택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는 모습을 드러낸다.
결핍은 우리를 억압한다. 맞다.
그러나 동시에 묻는다.
“그래도 너는 무엇을 포기하지 않겠는가?”
그 질문 앞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자신의 본질을 선택한다.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만 하는 것을.
그래서 결핍은 잔인하지만 공정하다.
모든 것을 빼앗는 대신
하나만 남긴다.
그 하나가 곧 나의 의지다.
결핍 없는 삶은 흘러가고,
결핍 있는 삶은 방향을 갖는다.
방향이 있다는 것은 고통이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의미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결핍 때문에 괴롭지만
결핍 덕분에
“이건 내 삶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