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말없는 가르침

아버지의 지혜

by Bird

아버지는 늘 말이 없었다.

말 대신 등을 내주었고, 꿈 대신 시간을 내주었다.


정년퇴직이라는 말이 세상에서는 쉼의 다른 이름이었을지 몰라도, 우리 집에서는 그저 또 하나의 근무 시작일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다음 날 새벽, 경비복을 입고 집을 나섰고,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는 빌딩의 계단을 걸레로 닦고 계셨다.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자리에서, 그러나 누구보다 성실하게.


초등학교만 나오셨다는 말은 아버지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글자는 적게 배웠을지 몰라도, 책임은 누구보다 깊이 배운 사람이었다. 세상이 아버지에게 준 것은 늘 모자랐지만, 아버지가 우리에게 준 것은 언제나 넘쳤다. 배운 게 없어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선택할 여유를 우리에게 남겨주기 위해 스스로를 가장 좁은 길에 세운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으셨다. 대신 겨울이면 굳은 손으로 아이의 손을 감싸 쥐었고, 여름이면 땀에 젖은 셔츠로도 당당하게 집에 들어오셨다. 그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는 걸,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걸 말로 가르치지 않고 삶으로 보여주셨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우리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았다. 버티는 법을 물려주었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남 탓하지 않는 태도를, 그리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를.


이제야 안다.

아버지가 평생 낮은 곳에서 일하신 이유는 책임감의 무게를 짊어지고 본인의 자존심을 려놓고,

우리가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아버지는 영웅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이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평생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의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없이, 묵묵히, 끝까지 가족의 편이었던 한 남자.

나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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