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직장생활

능력보다 소통

단절보다 연결

by Bird

회사는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맡은 일은 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켰다.

늦지 않았고, 규칙을 어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조금씩 그를 밀어냈다.

어느 날부터 중요한 일은 그를 비켜갔고, 회의에서 그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빠졌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데.”


회사라는 곳은 능력의 전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연결의 구조다.

일은 사람을 타고 흐르고, 그 흐름이 막히는 순간 조직은 본능적으로 우회로를 찾는다.

그는 자기 자리에서 일을 정확히 끝냈지만, 그 자리를 넘어 흐르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서 일은 항상 여기까지였고, 그 이후는 타인의 몫이었다.

그 정확함은 곧 단절이 되었다.


회사에서 일은 권리가 아니다.

일은 주어지고, 이어지고, 다시 나뉜다.

누구에게 일을 맡길지는 능력보다도 안심의 문제다.

이 일을 던졌을 때 누군가 더 고생하지 않을지,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책임질 사람인지, 조직은 늘 그런 질문을 먼저 한다.

그는 그 질문에 답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일이 오지 않았다.

일이 오지 않자 그는 더 증명할 기회를 잃었다.


조직은 무능을 견딘다.

그러나 고립은 견디지 않는다.

서툰 사람은 가르치면 되지만, 혼자인 사람은 건드릴수록 비용이 든다.

그는 도움을 주지 않았고, 도움을 받을 통로도 만들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는 ‘고쳐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는 잔인하지 않았다.

다만 계산적이었다.


그는 끝내 공정을 말한다.

규칙을 지켰고, 최소한의 의무를 다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는 최소로 유지되는 곳이 아니다.

조직은 늘 누군가의 여분의 책임으로 겨우 돌아간다.

그 여분을 한 번도 내놓지 않은 사람은, 법적으로는 흠이 없지만 조직적으로는 남길 이유가 없다.


회사가 그를 버린 것은 사람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

일이 흘러가지 않는 형태를 정리한 것이었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곧 다른 사람이 앉았고, 일은 다시 이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뒤늦게 깨닫는다.

회사에서 오래 남는 것은 실력도, 성실도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가 안심하고 일을 건넬 수 있었던 사람, 함께 망해도 괜찮다고 느껴졌던 사람만이 끝까지 남는다는 것을.


회사는 냉정하다.

그러나 그 냉정함은 악의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구조는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여기는 혼자 잘하는 곳이 아니라, 일이 잘 흘러가야 하는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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