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직장생활

스스로 만든 섬

이기적인 신입의 말로

by Bird

그는 처음부터 눈에 띄지 않는 신입이었다.

유난히 빠르지도, 똑똑하지도 않았다. 일을 배우는 속도는 더뎠고, 같은 설명을 두 번, 세 번 다시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분명했던 건, 그는 자기 일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옆자리가 야근을 해도 그는 정시에 퇴근했고, 팀 전체가 바쁠 때도 “제 파트는 끝났습니다”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그것은 권리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관계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누군가 도와주면 고맙다는 말 대신 “원래 제 일 아닌데요”라는 표정이 먼저 나왔다.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회사는 역할의 합이라고 믿었다. 각자 맡은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은 늘 누군가의 여분의 노력으로 굴러간다. 그 여분을 그는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그 여분을 요구할 때였다.

실수를 하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고, 일이 밀리면 누군가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바빴다. 아니, 바쁜 척을 했다. 도움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그를 우선순위에서 지운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더 뒤처졌다.

능력은 쌓이지 않았고, 신뢰는 더더욱 쌓이지 않았다. 후배가 들어왔고, 어느 순간 그는 가장 오래 다닌 무능한 사람이 되었다. 누구도 그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았고, 그는 그걸 ‘차별’이라 불렀다.


승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이름은 빠졌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추천하지 않았다. 그는 분노했다. “나는 규칙을 지켰는데 왜 안 되지?”


그가 끝내 이해하지 못한 건, 회사의 규칙집에는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은 키우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보이지 않게 적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말년의 그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일 뿐이었다.

일은 줄었고, 기대도 사라졌다. 회의에서 그의 의견은 묻지 않았고, 메신저에서 그의 이름은 잘 태그 되지 않았다. 그는 회사에 있었지만, 조직에는 없었다.


퇴직이 결정되던 날도 조용했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고,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책상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난 피해자야.”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그는 피해자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였다.


그의 비참함은 실패에서 오지 않았다.

무능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진짜 비참함은, 무능함을 함께 견뎌줄 사람을 한 명도 만들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그는 끝내 혼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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