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되는 삶
밤이 되면 그는 침대에 누웠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몸보다 먼저 마음이 지쳐 있었다. 씻고 불을 끄고 나면 방 안은 조용해졌고, 그때부터 그의 하루가 시작됐다.
손에 쥔 작은 화면이 빛났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삶이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바다 앞에서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
손가락 하나로 사람들의 삶이 지나갔다.
여행, 성공, 사랑, 도전.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깨닫는다.
자신은 지금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사실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했다.
남의 삶은 언제나 아름다운 장면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실패는 보이지 않았고, 불안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무언가를 이루고 있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그 장면들을 조용히 소비했다.
마치 누군가가 만든 드라마를 보듯이.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은 어떤 장면일까.”
그는 화면을 잠시 멈췄다.
회사, 집, 회사, 집.
가끔 친구를 만나고, 가끔 술을 마시고, 가끔 피곤한 하루를 버틴다.
그의 삶에는 특별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다시 화면을 넘겼다.
한 남자가 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여자는 새로운 회사를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도… 누군가의 침대 위에서 소비되고 있는 걸까.”
그는 화면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방 안은 조용했다.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삶을 만들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소비한다.
그는 자신이 어느 쪽인지 알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만약 내 삶을 누군가 본다면 재미있을까?”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마… 아니겠지.”
그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 속에서는 여전히 누군가의 삶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계속 어딘가로 떠나고 있었고,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천천히 넘겼다.
손가락 하나로.
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내일은… 하나쯤 장면을 만들어 볼까.”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화면 속의 삶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누군가의 인생을 넘기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