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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형준 Sep 27. 2018

말과 글, 텍스트가 필요한 시대

2. 책은 왜 중요한가

책을 읽어야만 서점에 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와 선진국을 비교할 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독서량이다. 사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문맹률이 낮고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높은 나라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대비 독서량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독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서량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설문에 따른 수치일 뿐, 정확한 지표는 아니다. 더군다나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딱히 뭐가 좋다고 할 수 도 없는 부분이다. 물론 독서량과 선진국의 상관관계는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독서는 그다지 달가운 취미가 아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대학을 나왔고, 높은 지능을 가졌으며, 지적 수준이 평균 이상임에도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없고, 지적인 문장에 눈살을 찌푸리며,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도서전에 모인 사람들처럼 꼭 책을 달고 살아야만 책에 관심을 갖고 책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 없이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자격증이 있어야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책은 누구에게나 읽힐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이야기해서 만약 책을 읽기 위해 자격증을 따야 한다면, 오히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책 읽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 을 하기 위해 ~~ 을 하는 것이 익숙해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책은 왜 중요한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책이 왜 아직 남아있어야 하는가 생각한다. 온라인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더 이상 활자를 출력한 종이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다수의 인쇄소가 문을 닫았고, 다수의 출판업이 사업을 정리한 가운데, 오늘날 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톨스토이가 사람은 왜 사는가에 관해 궁리했던 것처럼, 책은 왜 사는가에 관해 생각을 해본다면,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행동 심리는 책의 정체성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이유가 제각각이듯, 사람들이 책을 사는 이유 또한 제각각이다. 그것이 단순히 SNS에 자랑하기 위해서이든,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 읽고 샆어서이든 책의 구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맞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머잖아 손에 기기를 들고 책을 보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하지만 지금도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종이로 만든 책이 발행되고 있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 사람들은 여전히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텍스트를 소비하는 중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소멸되는 온라인 환경의 텍스트와는 달리 책은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했다. "읽을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 가끔 내 방 책꽂이에 내가 언제 꽂아뒀는지 모르는 책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그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그때 순간의 이끌림에 의해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나중에는 반드시 책을 읽게 된다. 단순히 파일 모양의 폴더에 넣어두는 것과는 시각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텍스트는 필요하다


책에 관해 주야장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책을 그리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서점에 가길 좋아하고 좋아하는 책의 글귀가 있으면 바로 집어 구매하는 마니아 기질이 있어 안 읽고 쌓아둔 책이 많을 뿐이다. 독서량이든 장서량이든 책은 가까이하면 좋다고 했으니까.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현상을 왜 걱정해야 할까? 어린 시절의 아날로그는 그 어느 시절보다 텍스트를 풍부하게 전달했다. 글을 대표하는 책과 말을 대표하는 라디오, 이 둘은 각각 시각과 청각을 자극했지만 그림은 독자와 청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열어놨다는 특징이 있다. 


오늘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소비되고 있는 사진과 영상 등과는 다른 완전히 차별화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는 하나,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각적인 정보를 안고 살아간다. 충분히 차고 넘치는 시각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글이고 말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는 할 수 없으나 책을 읽으면 분명 좋은 점은 분명히 있다. 시각적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것들을 우리의 생각은 할 수 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기에 빠듯한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정신적 휴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우리가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다시 꺼내 보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도 텍스트는 필요하다.



책이 나 혹은 당신의 삶에 의미가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진 않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책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줄곧 삶 가까이에서 함께 해왔다. 어린 시절 글을 몰라도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읽어준 그림책을 보며 주인공의 불행과 행복을 함께 느꼈던 것처럼, 수능 문학 지문에서 잠시 진한 감동을 느껴 몇 문제를 풀지 못하고 놓쳤던 추억처럼, 책과 텍스트는 우리의 기억을 어루만진다.


'책이 왜 중요한가'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솔직히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훨씬 타당한 논리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책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이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으나 방법은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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