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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형준 Jun 12. 2018

사진, 잘 찍는 법을 알아야
잘 찍을 수 있을까?

사진은 알면 알 수록 너무 어렵다

이라선(IRASUN)에서 사진집을 한 권 덜컥 사버렸다. 프랑스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월남전 당시 베트남의 실상이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흑백으로 표현된 피부색은 사람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비췄다. 이 사진집의 작가는 레이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 프랑스의 전설적인 포토그래퍼로 다큐멘터리 감독을 겸업하고 있는 인물이다. 후에 그가 매그넘에 합류해 촬영한 작품집이 내가 산 '아듀 사이공'(Adieu Saigon)이다.


이라선은 사진집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점이다. 가끔 사진 관련 강연도 진행한다. 출처: 이라선 웹페이지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오롯이 자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드파르동은 "자유로운 기분으로 홀로 길을 걷다 보면,
다시 찍을 수 없는 좋은 사진을 찍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레이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의 사진집, '아듀 사이공'(Adieu Saigon)


사진의 미적인 부분 말고 스냅이나 보도(저널) 등으로 부르는 사진들은 사람을 향하고 있지만 사람이라는 피사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동물, 사물 간의 스토리에 주목한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제각기 달라서, 순간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전체적인 서사를 느끼게 만드는 사진작가들을 보면 놀랍다.


그리고 이 사진집이 그렇다. 사이사이 작가가 친절하게 (영어로) 적은 글이 있지만, 굳이 글을 읽지 않아도 사진만으로 어떤 느낌인지 전달된다. 그리고 조작이나 연출 없이 순간을 포착한 사진임에도, 사진 속 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롯이 카메라와 함께한 순간, 사진작가가 담는 '피사체'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과 동물, 건물, 하늘, 산, 바다 등등 눈으로 보이는 것의 대부분은 아마 어느 작가에 의해 현상이 됐을 것이다. 사진작가들은 거창한 목적이 있어 촬영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그게 아니라, 어떤 철학을 담아내기보다는 나의 시각이 곧 철학이자 목적이 된 셈이다.


대체로 잘 찍는 방법에 대해 기술한 책을 살펴보면, 기본 기술을 이야기한다. 한데 막상 찍으려고 하면 외웠던 기술 이론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이 구도로 찍는 게 맞는 것 같고, 이 정도면 괜찮게 나오겠다 싶은데 집에 오면 항상 아쉽다. 그래도 사진 속 피사체는 웃고 있고 배경은 여전히 멋지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같아서 관심 있는 대상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람의 시력이 그러하듯 간혹 초점이 나갈 때가 있지만 대체로 찍으려고 하는 목적에 맞는 결과물이 나온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이유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곳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조금이라도 사진으로 더 좋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나 역시도 그렇고.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사진을 잘 찍고 못 찍는 건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사진을 보면서 그 사람과의 추억이, 장소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초점 좀 안 맞고, 구도 좀 잘 못 잡고 하면 어떠한가, 사진을 보면서 웃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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