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 02일 토요일
2011년 5월 24일 "한-워싱턴주 운전면허상호인정약정이 서명됨에 따라 워싱턴주에 거주하면서 유효한 한국 운전면허증을 가진 18세 이상의 한국 국민들은 필기 및 실기시험, 추가적인 운전자교육 없이 워싱턴주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 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 공지사항>
한-워싱턴주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 덕분에 한국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시애틀에서 미국 운전면허증 발급받기는 무척 쉽다. 워싱턴주 이외에도 한국 운전면허를 인정하는 국가 및 지역은 꽤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영사서비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주지 증명을 위해 미국 운전면허증 발급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이러한 편리함 때문이었다. 구비서류는 총영사관과 워싱턴주 면허 부서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워싱턴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운전면허 번역문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위의 링크에 첨부된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작성한 후 총영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번역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영사관의 근무 시간이 월요일부터 금요일 8:30 AM - 4:00 PM이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보려면 출퇴근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게다가 $4의 번역 인증 수수료도 있다. 안 그래도 Redmond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업무에 지장 가는 일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데다 금요일에 마음먹은 일을 월요일까지 기다리며 주말을 보내야 하는 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토요일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워싱턴주 면허 부서 홈페이지를 꼼꼼히 탐색했다.
면허 부서 홈페이지에선 운전면허 번역문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시애틀에는 두 군데의 운전면허 사무소가 있는데 이 중 West Seattle 사무소는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방문했는데 번역문을 요구하면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말해볼 생각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뭐, 최악의 경우에는 월요일에 총영사관을 다녀오면 되니까 잃을 건 없었다.
사무소 입구로 들어가면 직원 한 분이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물어본 후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워싱턴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경우엔 transfer 하러 왔다고 말하면 된다) 가져온 서류를 확인한다. 무엇을 챙겨 왔는지 묻는 정도라 실물을 꺼내 보일 필요는 없다. 알맞은 대답을 하고 나면 번호표를 받을 수 있는데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 내 번호가 뜰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번호가 바뀔 때마다 음성 안내도 해주기 때문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아도 내 차례가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선 사회보장 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없는 경우 워싱턴 거주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되도록 많이 준비하라고 한다. 이 또한 면허 부서 홈페이지에는 없는 내용이다. 내 직전에 번호표를 받은 커플은 한국인인듯했는데 워싱턴주 거주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집 계약서 등등 이것저것 엄청 많이 챙겨 왔다고 사무소 직원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직원은 사무소에서 명시한 서류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무안할 정도로 단호박을 썰어버리셨다.
내 차례가 되면 해당 창구에 가서 직원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가장 먼저 내 신분증으로 여권을 제출했고 곧이어 사진을 찍었다. 나는 한국 운전면허증, SSN 카드(홈페이지에 따르면 카드 필요 없이 번호만 알려주면 된다고 한다), EAD 카드, 그리고 최근에 Microsoft에서 받은 paycheck을 제출했다. Paycheck은 현재 거주지 증명 서류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최근 두 달 안에 받은 것이어야 하며 고용주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가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서류가 확인되면 $89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지만 카드 결제 수수료는 별도로 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현금을 썼다. 아껴왔던 나의 마지막 빳빳한 $100 지폐가 순식간에 내 손을 떠나는 순간이었다(πーπ). 6년 동안 유효한 정식 운전면허증은 나흘에서 열흘 뒤 우편으로 발송되고, 운전면허 사무소에서는 그동안 쓸 수 있는 임시 면허증(필요한 정보가 인쇄되어있는 종이)을 발급해준다. 여권 대신 쓸 수 있어 미국 입국할 시에도 쓸 수 있는 운전면허증(Enhanced Driver License)은 수수료를 조금 더 내야 하는데 이는 미국 시민권자만 취득할 수 있다.
다행히도 나는 별다른 추가 서류 없이 워싱턴주 운전면허증 취득에 성공했다. 시간도, 번역 인증 수수료도 아꼈다는 점에 신이 나 근처 맥도날드에서 기념 점심을 먹었다(≧∀≦). 이제 나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하나 더 생겨 든든하다. 다음은 신용카드 취득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