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 30일 수요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직원 및 인턴에게 Connector라고 부르는 출퇴근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실내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한 이 버스를 한 번쯤은 타보고 싶었다. 외부에 크게 적힌 'Connector'라는 이름을 빼면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버스들과 다를 게 없지만 뭔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상징 같달까.
여태 도전해볼 기회는 많았으나 선뜻 나선 적은 없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Connector 정류장이 매일 타고 다니는 public transit의 정류장보다 멀기도 했지만, 혼자 첫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다 오늘 같은 사무실을 쓰는 친구가 자기 차가 고장 나서 그러는데 Connector를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타볼 생각만 하고 실제로 탄 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동시에 이를 계기 삼아 오늘 첫 시도를 하면 되겠다고,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버스 한 번 타는 게 뭐 대수라고 '도전'이라는 단어까지 붙여야 하나 싶지만, 원체 쓸데없는 걱정도 열심히 모으는 나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격 탓이 크지 않았나 싶다. 내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자랑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실수하거나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건 무척이나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어렵고,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아니면 피하는 게 마음 편했다. 피할 수 없는 경우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하며 걱정을 잠재우곤 했다.
같은 팀 직원들은 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곳도,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아 '준비' 과정이 어려웠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면접도 같이 보고 우연히 몇 번 마주쳐 나름 인연이 깊은 친구에게 메신저로 Connector에 관해 물어봤다. 친구가 알려준 대로 예약하고 Connector 스케줄에 맞춰 정류장에 도착했다. 워낙 버스가 여러 대라 어떤 걸 타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어떤 아저씨께서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목적지를 소리쳐줘서 알맞은 버스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타기 직전엔 내 앞에 몇 명이 먼저 올라타도록 양보를 해주며 관찰한 덕분에 직원 카드를 입구에 대고 타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피하는 게 어쩌면 마음이 더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 발전이 있고, 그로 인한 실패로든, 성공으로든 경험이 쌓여 폭넓은 사람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출퇴근 수단 시도해보기'처럼 도전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도전을 위한 동기는 꼭 내면에서 나올 필요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아도 좋다. 익숙함과 발전은 공존하기 어려우니 사소하다고 느껴질지라도 한 번씩 자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마련하고 수행해나가는 걸 추천한다.
Connector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며 일도 마무리하고 글도 쓰며 고상한 퇴근길을 즐기려고 했으나 비밀번호를 몰라 금방 포기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건 또 다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 도전 과제는 'Connector 와이파이 비밀번호 물어보기'인 걸로! (Connector 처음 타보는 거 티 안 내려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쳐 2km 정도는 더 걸었던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