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아빠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사무실 근처 대중 목욕탕을 이용한다 샤워 후 탕에 앉아 있음 벽면 대리석이 보인다 우주를 프레스 기계로 눌러 놓은 듯한 약간은 거친 느낌의 대리석과 매끈하게 가공된 아이보리 계통의 대리석 두 종류가 기둥과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대리석 문양을 자세히 보면 소나무 숲이 보이고 더 자세히 보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도 보인다 어떤 땐 달도 있고 도깨비도 있고 해골도 보인다 전날 술 많이 마시지 않고 온 날엔 여유 있게 더 많은 걸 발견한다
예전부터 나는 그런 걸 잘 찾아내곤 했다 돌에서 소나무 껍질에서 벽지 문양에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연상해 내는 혼자만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부했다 지금까지 이런 재미를 느끼게 해준 가장 큰 힘은 어느 날 집사람이 당신은 조각가가 되었음 성공했을 거 같다는 정말 백만 년 만에 처음 들어본 칭찬이었다
지금까지 그 버릇을 고이 간직하며 매사 뭔가 발견하고는 그런 내가 너무 대견해 마치 내가 그걸 만든 것처럼 계속 잘난 척을 가끔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딱 맞는 거 같다
오늘도 하늘을 보며 하트를 만들어 낸다
* "한두 글자 사전"은 아빠가 주로 쓰고 엄마와 딸이 거들고 딸이 편집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