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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d thoughts Feb 14. 2019

D+38 회의를 지배하는 자

2019년 02월 13일 수요일

오늘은 내겐 나름 특별한 날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이끄는" 회의에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많은 사람들에게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고 관련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한 자리였지만, 한 달 동안 세심하게 다듬은 아이디어와 공들여 준비한 발표 자료를 공개하는 건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었다. 공식적으로 이 팀의 구성원이 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데뷔 무대 같은 느낌이랄까.


나름 성공적인 시간(?)을 보낸 후 매니저와 효율적인 회의 진행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의견을 주고받게 된 것 같아 나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정리해보기로 했다.


회의에서 다룰 내용을 미리 참석 대상과 공유하기

이 항목을 지키지 않은 건 내가 이번에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였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내가 진행하는 회의가 될 줄 몰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결국 내 잘못이다. 그 어느 누가 뭘 할지도 모르는 자리에 사람들을 초대한단 말인가.


지난 화요일, 잘 모르는 직원에게서 회의 참석 요청을 받았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한 문장이 내용의 전부였는데, 나와 일적으로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안 해본 그녀가 갑작스럽게 보낸 요청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회의가 진행되고 나서야 내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30분밖에 안 되는 회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많은 시간이 낭비되었던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매니저가 내게 방금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들과 일주일 정도 뒤에 미팅을 잡으라고 했는데, 나는 그저 우리가 미처 끝내지 못한 대화를 마무리 짓기 위함인 줄로만 알았다. 정확히 무엇을 위한 미팅인지 확신이 서질 않아 방금 막 끝난 회의의 초대 메시지를 그럴듯하게 따라 썼다. 내가 겪었던 당황스러움은 미처 떠올리지 못한 채 얼버무려버린 것이다. 회의 시간과 장소를 알리고 나서 내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하던 찰나, 회의의 목적에 대해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직원이 나타났다. 내가 한 번의 이메일로 끝낼 수 있었던 일을 번거롭게 만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도.

Microsoft에서는 모두가 Outlook Calendar를 이용해 회의 참석 요청을 보낸다. 상대는 참석 여부에 대해 답할 수 있고, 더 나은 시간을 제안할 수도 있다. 직접 필요한 대상을 찾아가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어렵게 시간을 조율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꽤나 일방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알맞은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 간단하게라도 어떤 주제가 거론될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며 자신이 정해진 시간 동안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더 준비된 상태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회의를 위한 준비 잊지 않기

개인적으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도하는 회의의 참석자들은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회의를 위해 확실하게 준비하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회의 참석자들의 관련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을 권장한다. 쉽지 않다면 회의 초반에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한 달가량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련 지식이 많이 쌓였다. 혼자 노력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며 이룬 것이기에 은연중 많은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기본적인 (혹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내용은 아무렇지 않게 빨리 넘어가버렸다. 하지만 회의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갈 때 참석자 중 한 명이 질문을 했고, 그 질문은 내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 건너뛴 내용과 관련 있었다. 기초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완벽한 이해를 필요로 할 수도 있는데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계획에 없던 설명을 위해 남은 회의 시간을 다 쓰고 말았다. 내가 조금만 더 듣는 이를 배려했더라면 더욱 생산적인 미팅이 되었을 것이다.


회의의 목적, 나의 목표, 그리고 대상에 대한 이해가 명확해야 회의 중 사용하게 되는 용어나 발표 자료의 방향도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덧붙여 듣는 이가 궁금해할 만한 점과 그에 대한 답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추천한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에 "어.." 또는 "음.."이라며 확실하지 않은 모습을 비추는 건 신뢰를 잃기 쉬울 테니 말이다. 나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도 있고, 모두의 시간 또한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이끄는 회의에선 주도권을 손에 쥐기

회의는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의견이 샛길로 빠지기 시작하면 끝을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자신이 이끄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존재감이 서서히 흐려지며 주도권이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걸 허락해서도 안 된다. 주도권을 놓쳤을 때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으로 내 매니저는 다음 세 가지를 추천했다.

제스처 - 손을 번쩍 들거나 크게 휘두르는 등 신체적인 움직임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화이트보드 -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며, 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화젯거리와는 다른 내용을 적으며 관심을 돌릴 수 있다. 

끼어들기 - 끼어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원래의 주제로 돌아간다. 의미 있는 샛길이었다면 미팅 후에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덧붙일 수 있다. 

내가 주도하는 회의에선 나의 목표를 잊으면 안 된다. 내가 이 미팅을 통해 끌어내고자 했던 것들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회의에 초대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신경 쓰면 좋을 항목도 하나 추가하려 한다. 바로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걸 두려워하지 않기

"I enjoy playing the role of an uninformed person." 매니저가 오늘 내게 해 준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었다. 그는 내게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알려줬다.

같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사람 중 나와 같은 질문을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다. 쑥스러워서, 또는 그냥 귀찮아서 물어보지 않고 있을 확률이 높다.

사용자의 시선을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내가 크게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프로젝트의 진행이 길어질수록 관련 지식이 쌓이며 그만큼 사용자의 시선을 갖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회의 도중 석연치 않은 부분이나 의문점이 있다면 방해가 아닌 도움일 가능성이 높다.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은 참석자 모두의 관련 지식수준이 같지 않음을 인지하고 적절한 때에 쉬어가며 질문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타이밍 파악이 어렵다면 파워포인트의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갈 때나 화제가 바뀔 때를 활용해보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20년 넘게 일한 내 매니저조차도 아직까지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줬다. 그가 수년간 다져온 노력에 나의 매우 짧은 경험을 살짝 가미해보았는데, 다시 이 글을 찾아올 나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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