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ual vs. Postmates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하강세로 접어든 반면 미국에서는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요즘 내 이메일함엔 각종 기업으로부터 온 코로나19 관련 메시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Chase, TD Bank 등과 같은 은행은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모바일 앱과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알렸고, Camper와 Urban Outfitters는 오프라인 매장의 임시 휴업을 공지했다. 이밖에도 위생 상태를 더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거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를 위한 자리 제한 등의 변화가 있을 것을 고지하는 업체도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6시간 간격을 두고 두 차례의 이메일을 보낸 Ritual이었다.
Ritual은 내가 밴쿠버에 온 뒤부터 쓰게 된 모바일 앱이다. 이 앱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준비가 다 되어간다는 메시지가 오면 해당 음식점에 가서 주문한 음식을 가져올 수 있다. 이곳에서 온 첫 번째 이메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 문구로 시작했다.
A few reasons Ritual is the smarter choice to get your lunch during the COVID-19 situation
이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Ritual 앱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한 설명이 요목조목 나열되어 있었다. 전체 메시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굵은 글씨로 강조까지 한 문단은 누가 봐도 이메일의 핵심 내용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Ritual을 더 많이 사용하세요." 평소보다 모든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요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메시지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Ritual은 잠시 뒤 또 다른 이메일을 보냈다. 이전 메시지는 그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함이었으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가벼이 여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과 한 마디 없는 짤막한 글은 이미 기분 상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한 듯했다.
흥미롭게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Postmates라는 곳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이메일이 왔는데 은근한 감동을 남겨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배달 앱인 Postmates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소비자들을 위해 생필품 배달 시작을 알렸고 할인 혜택까지 제공했다. 또한 무인 배달 서비스를 소개하고 갑작스럽게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힘들 Postmates에 등록된 업체의 수수료를 감면하겠다는 공지도 했다.
Ritual과 Postmates는 코로나19 사태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 이득을 볼 수 있는 영리 기업이다. 이 두 곳에서 보낸 이메일은 결국 모두 홍보 목적이었지만 소비자는 상반되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 같다.
모두가 어려운 지금, 서로 돕는 마음이 앞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모여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