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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C Jul 02. 2019

이빨_02

단편소설집

허둥지둥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차의 앞 범퍼와 보닛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찌그러들거나 어떤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차 바닥을 들여다보기 위해 쭈그리고 앉았을 때,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져 깜짝 놀라며 젖은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우산 놓고 가셨어요.”


주인 남자가 우산을 내밀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 우산을 받아 들었다. 옆자리에 앉았던 젊은 남녀가 자신들의 빨간 마티즈로 걸어가다가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심장이 발작적으로 벌떡벌떡 뛰었다. 황급히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백미러를 통해 빨간 마티즈에 올라타는 남녀가 보였다. 그들은 내 쪽을 보며 자기들끼리 뭐라고 주고받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식당 주인은 들어가지 않고 처마 밑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이 눈치챈 것일까.


젠장, 이건 또 왜 이래?


시동 모터 소리는 경쾌했지만 시동이 걸렸다가 푸드득 꺼져 버렸다. 갑자기 공포 영화 속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쫓기는 자의 자동차 시동은 한 번에 걸리지 않는 법이다. 진땀이 흘렀다. 명치끝이 찌르는 것처럼 아팠고 뒷목이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엑셀러레이터를 몇 번 밟아주고 다시 열쇠를 돌렸다. 시동이 걸렸지만 아무래도 엔진 소리가 이상했다. 낡은 양수기처럼 웅웅대고 진동도 심했다.


강한 충격 때문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충돌의 충격 때문에……아냐, 그럴 리 없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여기 올 때까지는 아무 이상 없었잖아.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액셀러레이터를 깊숙하게 밟자 엔진이 요란하게 떨리더니 다시 시동이 꺼졌다. 식당 주인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시동을 거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엔진이 가까스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당 주인이 차창을 톡톡 두드렸다.


“네?”


“시동이 자꾸 꺼져요?”


“네에, 보시다시피... 이상하네, 이거. 좀 전까지 괜찮았는데.”


“좀 봐드릴까요? 내가 전에 배터리 가게를 했었거든.”


주인 남자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차마 그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뇨, 아닙니다. 그냥 카센터 가보지요, 뭐. 일하셔야죠.”


“그러시든가. 요기 제일 카로 가보세요. 후배가 하는 덴데 솜씨가 좋습니다. 내, 전화해놓을게요. 기어를 2단만 놓고 반 클러치로 천천히 가세요. 점화플러그가 이상인 거 같은데, 소리가.”


나는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황급히 식당 마당을 벗어났다. 제일 카센터 앞에 이르자, 미리 길가에 나와 기다리던 정비복 차림의 남자가 차를 유도해주었다. 식당 주인이 전화를 넣어준 것이다. 정비공이 보닛을 열고 엔진룸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어휴, 통 점검을 안 하시네요, 사장님.”


“네?”


“점화플러그 두 개가 나갔구요, 엔진오일은 하나도 안 찍혀 나옵니다.”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합니까?”


“수명이 다된 거죠 뭐. 엔진오일은 하도 안 갈아줘서 그렇구요.”


정비공은 정말 자동차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얼간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점화플러그를 교체한 다음 엔진오일을 교체하기 위해 자동차가 들어 올려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차 바닥을 살펴보기 위해 슬며시 고개를 들이밀었다.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안도하는 순간, 정비공이 오일필터를 체결하기 위해 공구로 힘을 주었고, 차제가 약간 흔들렸다. 바로 그때 이빨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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