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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Dec 12. 2022

#58. 구찌 가방을 샀습니다.

101번 글쓰기

나의 첫 명품백 구매기


#구찌인터로킹미디엄토드백

올초에 이직을 하면서 퇴직금이 조금 생겨서 미루고 미루던 와이프의 가방을 사줬다.

이전에도 가방을 사준적이 있기는 해지만 소위 에루샤급을 사준적인 없었다. 그래서 와이프랑 주말에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마침 와이프가 필요로 하는 적당한 사이즈, 컬러, 가격의 루이비통 백을 사줄 수 있었다. 그때 가격이 450만원을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손이 조금 떨렸을 뿐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는 것 만큼이나 간편하고 수월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출퇴근용으로 작은 손가방을 하나 들고 다녔는데, 보는 사람들 마다 한 마디씩 해서, (사실 나는 180cm에 가까운 키에 90kg이 넘는. 겉으로 봐서는 상당히 덩치가 큰 사내이다) 가방을 바꿔볼까 하다가 셀린느 로고가 크게 들어간 가방이 눈에 들어와서 와이프한테 사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사준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명품백에 관심과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셀린느 매장에 가서 막상 그 가방을 들어 보니 셀린느 로고가 너무 커서 "쎌린느느느으으으!!!"하는 느낌이 들었다. 들고다니기 부담스러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헬이었다. 와이프한테 사준 루이비통 가방 가격이 450만원이었는데, 그 가방이 3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사이즈나 브랜드 밸류나 셀린느를 300만원 주고 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셀린느는 나에게 그 정도 값어치의 브랜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백화점에 간 김에 다른 매장도 둘러보기로 했다. 그래서 15인치 노트북이 간신히 들어갈만한 사이지의 유니섹스형의 토드백들을 이것저것 찾아봤다. 이번에 찾으면서 느낀 건데, 가로로 길면 확실히 여성스러운 백으로 보이고 세로로 길면 남성적인 백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단순한 길이의 차이인데도, 확연하게 남성성과 여성성이 드러났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구찌에 갔다. 생전 구찌를 사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마침 적당한 크기의, 적당한 가격의, 적당한 컬러의 '구찌 인터로킹 미디어 토트백'이 있었다. 그 가방을 평생의 반려백으로 간택해줬다.



#브랜드의 태도

구찌에서 220만원에 이 친구를 들고 나와는 길에 루이비통에서 와이프 가방을 샀을 적이 기억났다. 편의점 만큼이나 수월했던, 모두가 루이비통을 사서 나오는 루이비통 매장에서 나라는 존재는 갑남을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구찌 매장에서는 달랐다. 구매 후 패키징 기다리는 동안 자사의 다른 제품, 다른 라인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이 있었고 어떻게든 할인해 주려고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봐줬다. 신상이 나오면 연락할 수 있게 멤버쉽을 가입시켜줬고 담당직원이라면서 개인적인 연락처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간단한 간식도 줬고, 결제를 하고 돌아설 때 문 밖에 까지 에스코트 해준 후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해줬다.


우리 보다 더 많은 제품, 더 비싼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 할 테지만 우리에게도 똑같이 기분 좋은 대우를 해줬다. 우리 부모님께 용돈으로 200만원을 드려도 이사람들 만큼 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명품을 선물 받아 기쁜 것에 더해 우리를 대우해주는 그들의 정성스런 태도에 행복해졌다.


루이비통 매장에서는 명품가방을 구매한 만족감이 있었는데, 구찌 매장에서는 만족감에 행복감까지 있었다. 두 명품을 사보니 두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태도도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다.


어쩌면 이역시도 사바사 일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나에게는 브랜드의 태도를 경험한 것이었다. 사실 사람이 하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하는 일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에 정성을 다하면 상대방이 느낀다는 것. 로봇이나 키오스크는 줄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해주는 것. 그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광고주들에게 더 정성스럽게 서비스를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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