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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왓슨이어야 하는 이유
생전 처음들어보는 사람의 이름의 앞에 있는 '보그와 가장 많은 작업을 한 사진사'라는 수식어에 그의 사진전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네이버에 그의 이름을 쳐보니 가장 유명한 사진으로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안경을 쓴, 기백에 찬 눈빛과 턱을 가볍게 두여잡은 검은 터틀넥을 입은 잡스의 흑백사지.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라고 하니 너무 비싸지만 않다면, 너무 멀지만 않다면 사진전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스의 그 유명한 사진을 찍을 때, 단 20분이 주어졌고 그 표정을 얻기 위해 한가지 주문을 했다고 한다.
"회의에서 당신을 짜증나게 하는 이들이 앞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그 유명한 표정이 캡쳐 되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명성을 올렸던 사진은 보그에 게재된 히치콕의 오리요리 레시피 소개 페이지의 사진이었다고 한다. 한 손에 털이 다 벗겨진 오리가 있었고, 히치콕 특유의 뚱한 표정이 압권이 사진이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왓슨이라는 사진가가 빛을 받기 시작했고 보그와 가장 많은 작업을 한 사진작가로 명성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사진작가는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컷을 찍을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높은 집중력,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빈틈없는 상황대응 시나리오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놓치고 만다. 그래서 최고의 한 컷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러웠다. 최선의 한 컷이 아니라, 최고의 한 컷을 만드는 능력.
100여 점이 넘는 그의 사진을 보고 난 후 내가 느낀 그가 최고인 이유는 3가지 인 것 같았다.
1. 누구도 보지 못한 시점을 구현한다.
2. 피사체에게 나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 시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 낸다.
3.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위해 최고의 컨디션을 구현한다.
사실 광고기획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단어더라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익숙한 것을 생경하게, 그렇다고 너무 이질적이지 않도록. 그리고 나의 의도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 광고주들에게 명확하게 이해시켜 내가 원하는 반응을 얻어 내는 것.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해 변수를 통제하는 것. 이런 것들을 잘 하게 된다면 나도 왓슨 같이 오래 가는, 명성 높은 직업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